공간 구석구석 켜켜이 쌓인 노송동의 역사… ‘노송늬우스박물관’을 채운 이웃의 숨결
공간 구석구석 켜켜이 쌓인 노송동의 역사… ‘노송늬우스박물관’을 채운 이웃의 숨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2.02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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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채로운 콘텐츠로 채워진 ‘노송늬우스박물관’에서 과거의 어둡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랫동안 지역주민과 단절되어 왕래가 어려웠던 성매매집결지에 주민의 숨결이 와 닿으면서 집집마다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을 기억해야할 공간에 조심스레 풀어냈기 때문일 터다.

 지난달 31일 살펴본 ‘노송늬우스박물관’에는 노송동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콘텐츠들이 가득했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과거의 시간과 축적된 역사를 철저하게 지켜내려는 듯 보였다. 성매매 영업장소였던 과거의 모습을 남겨둔 공간에서 지역주민, 예술가, 학생 등의 참여로 완성된 예술적 시도는 조심스러웠지만, 명쾌했다. 잊지말아야 될 공간의 기억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지역주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공간으로 재구성하고자 한 의지다.

 1층은 주민들의 전용 전시공간인 ‘무랑 갤러리’로 꾸며졌다. 이 곳에서는 노송 주민 예술가의 ‘문화 숨결’전을 선보이고 있다. 6인의 지역예술가(팀)의 작품과 세계관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로 아코디언 연주자 김호윤씨, 초상화가 윤현기씨, 드라이플라워 예술가 최진영씨, 수석가 이순기씨 등이 참여했다.  

2층은 과거 성매매 영업을 했던 13개의 방을 그대로 남겨 모두 각각의 갤러리로 구성해 작품을 설치해 두었다.

 이재형, (김)범준, 강현덕, 정하영, 정인수 등 조형예술가 5명이 바라본 노송동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은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전주동초등학교와 신일중학교 학생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동네그리기’와 ‘마을 희망메시지’는 노송동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강현덕 작가는 지난 3개월 동안 노송동의 흔적들을 현장에서 직접 수집해 200여개 안팎의 아크릴박스에 담았다. 방치돼 있던 유리조각과 장난감 조각, 나뒹구는 쓰레기, 찢어진 서류, 파라핀에 붙잡은 먼지 등을 한데 모아보니 상처받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김)범준 작가는 로봇청소기와 돌, 모니터, 움직이는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영상 작품 ‘관계의 형태’를 선보였다. 작가의 이전 작업에 등장했던 돌은 개인과 예술을, 마을을 돌아다니다 주운 마을의 돌은 공동체와 일상을, 보도블럭에서 떨어져 나온 돌은 시스템과 행정을 의미하며 삼자구도를 이루었다.

정하영 - 아름답고 충실한 지층_빠르게 혹은 느게
정하영 - 아름답고 충실한 지층_빠르게 혹은 느게

 정하영 작가는 붉은 색 웨딩드레스를 여자의 방 안에 들였다. 이는 늙은 소나무 껍질 같은 켜켜이 쌓인 삶의 이야기를 의미한다. 붉은드레스는 육각의 조합된 거울에 다각으로 비춰지고, 방안의 사각의 사진 틀 안에는 이제는 추억이 된 작가의 어린시절의 사진으로 간직될 수 없는 시간의 기억을 붙잡았다.

여기에 한국 서정시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신석정 시인을 기리는 방도 마련돼 의미를 더했다. 신석정 시인은 전주상업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시절 거주한 비사벌 초사가 현존해 있어 노송동과 인연이 깊다.

 노송동에서 일어난 사건을 아카이빙한 ‘노송늬우스21’, 노송동의 현재를 신문으로 구성한 ‘노송늬우스’, 주민들의 얼굴과 주민들의 인터뷰를 담은 방 등에서는 감춰진 지역의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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