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최고령자 윤정순 학생, “기적 같은 졸업... 앞으로 미술 공부할 것”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최고령자 윤정순 학생, “기적 같은 졸업... 앞으로 미술 공부할 것”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2.0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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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순(84) 학생은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졸업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반에서 ‘왕언니’로 불리는 윤 씨는 31일 졸업식을 앞두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좀더 일찍 학교에 다녔으면 좋았을테지만 그래도 졸업하는 것이 기적 같은 일이라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씨는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자신을 입학하게 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1940년대 상업중학교에 입학했지만 기차역에서 교복과 교과서가 담긴 보따리를 도둑맞아 학업을 이을 수가 없었다.

 “집안 어른들은 배울 만큼 배웠으니 학교를 그만 다니는 게 좋겠다고 했죠. 하지만 그때 보따리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교복과 교과서를 새로 사지 않아도 괜찮았다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평생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바쁜 삶에서도 아쉬움은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를 알면서 점차 꿈이 됐다. 윤 씨는 일부러 학교 주변을 거닐면서 학교에 다니고 싶은 뜻을 점차 품었다. 5남매가 자리를 잡고 식도암을 앓던 남편의 몸이 나아지자 용기를 내 학교에 진학했다.

 윤씨는 남편과 자식들, 교직원들, 건강한 다리가 자신이 학교를 다니게 한 세박자였다며 미소지었다.

 그러나 윤 씨의 남편은 할머니가 중학교 2학년 재학중에 세상을 떠났다. 학교 다니는 동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왕언니’를 따르는 동생들 덕에 지금까지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학교를 졸업한 뒤 윤씨는 앞으로 복지관에서 미술을 배울 생각이다. 미술동아리서 활동하며 그림에 대한 재능과 열의를 발견한 것.

 윤씨는 “배움 덕분에 대화할 때 상대를 더 이해를 잘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래서 100살까지 배워야 한다고 느낀다”라며 앞으로도 공부를 이어갈 것을 밝혔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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