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역행하는 KT
균형발전 역행하는 KT
  • 이보원
  • 승인 2020.02.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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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의 시련과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엔 KT가 전북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 조직슬림화가 명분이다. 신임 KT CEO 내정자가 최근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골자는 전국 11개 본부를 권역별로 나눈 6개 광역본부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또 기존 9개 부문의 조직을 7개 부문으로 통폐합하고 5개의 실 조직도 흡수통합해 3개로 줄이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CEO 직속의 컴플라이언스위원회와 미래가치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다.

 큰 틀에서 법인 전담 본부와 고객 전담 본부, 이를 총괄하는 네트워크 운용분부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전북과 전남 광주 제주를 아우르는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전남 광주 쏠림과 예속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엔 KT가 조직개편을 하면서 호남 광역본부를 광주에 두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북의 독자영업권을 가졌던 KT전북본부는 독자적 권한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광주에 신설되는 호남광역본부의 지휘 통제를 받게 된다.

 지금 당장 KT전북본부 인력 및 조직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게 KT의 군색한 변명이다.

 그러나 또다시 전북은 조직개편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

 예산 배정과 승진 인사등에서 전북과 지역 근무자들은 소외와 차별을 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전북 내 600여명의 인력과 기존 지사에서 하던 서비스의 축소는 없을 것이라지만 누가 이 말을 믿겠나.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조직이 축소되고 인력이 감축되다보면 언젠가는 빈껍데기만 남을 지도 모른다.

 전북 전주는 호남을 호령하던 전라감영의 본향이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 차별과 소외를 받으면서 호남속 변방의 처지가 됐다.

 호남권을 관할하는 공공·특별행정기관은 모두 55곳. 이중 46곳(83.6%)이 광주·전남에 적을 두고 있다. 전북 소재 기관은 고작 9곳(16.4%)에 불과하다.

 은행과 보험등 금융기관들도 호남권을 관할하는 상급 사무소는 대부분 광주에 소재한다. IMF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통폐합돼 대부분 호남권 컨트롤 타워가 줄줄이 그쪽으로 넘어간 탓이다.

  뉴턴의 중력이론으로 상권이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레일리의 소매인력법칙이란 게 있다. 두 도시의 상권이 미치는 범위는 도시의 크기(인구)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두 도시의 크기가 같다면 두 도시간의 상권의 경계는 중간 지점이 된다. 그러나 두 도시의 크기가 다르다면 상권의 경계는 크기가 작은 도시에 더 가깝게 결정된다고 한다. 작은 도시의 상권이 큰 도시의 상권에 빨려 들어간 결과다.

 대한민국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서울공화국이다. 수도권이 사람과 돈의 블랙홀이 되면서 지방은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레일리의 소매인력 법칙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정책으로 수도권의 국가 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 이전했다. 혁신도시 조성사업이다.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른바 시장 실패에 국가권력이 개입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간의 국토 불균형 못지 않게 호남속 광주 전남과 전북의 지역간 불균형 역시 심각하다.

 민간기업이지만 대한항공이 국적 항공사이듯 한국통신(KT) 역시 국가의 기간 통신사다.

 국가기간 통신망은 경영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공공재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통폐합하는 혁신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 수 있다. 그러나 광역시 중심의 조직개편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지역간 불균형발전은 KT의 미래 경영전략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KT의 신임 CEO의 핵심 경영전략은 준법 경영과 미래가치 실현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KT가 추구하는 미래가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보원  논설위원/아카데미운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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