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다녀왔다
CES에 다녀왔다
  • 채수찬
  • 승인 2020.01.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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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6일에서 9일 사이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가전박람회)에 가보았다. 여기에 참가했던 많은 사람이 여러 매체를 통해 올해 CES에 대해 분석을 내놓았으므로, 일반적인 얘기는 생략하고, 몇 가지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눈에 뜨인 것은 이동수단(mobility)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였다. 그중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서는 전자회사, 자동차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의 회사들도 관련 시제품들을 내놓고 있었다. 아직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판단하여 행동을 취하는 기능이 충분하지 못하지만 머지않아 사람의 운전능력을 추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이동수단을 생산하는 역할에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업종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땅과 하늘을 연결하여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으며 실제로 거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동수단의 매끄러운 연결은 스마트 시티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장래성 있는 방향이다.

 인간의 꿈을 좇는 미래형 기술의 발전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딘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그 좋은 예다. 지난 몇십 년간 노력했지만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생각지 못했던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향상되자 몇년전부터 갑자기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무엇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다가는 나중에 바보취급을 받기 쉬운 세상이 되었다.

 20세기초에 전기가 상용화되자 미래를 점치는 사람들은 날아다니는 전기자동차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만화를 보면 날아다니는 전기택시가 보인다. 그런데 백 년이 지나도 하늘을 나는 전기택시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곧 전기자동차가 나왔으나 전지(battery) 기술이 뒷받침해주지 못해서, 가솔린엔진, 디젤엔진 등 내연기관 자동차가 대세가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그런데 요즘에는 또 반전되어 전기자동차가 일부 실용화되고 있다. 그래도 전기자동차가 대세가 되려면 전지가 훨씬 더 발전되어야 한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흥미진진한 문제다.

 현대자동차가 CES에서 대형스크린에 선보인 동영상을 보면 드론처럼 몇 개의 작은 프로펠러로 나르는 헬리콥터로 도심에 있는 지상 터미널 사이에 사람들을 나르는 광경이 핵심적인 장면이다. 하늘을 나는 버스인 셈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와 원격조종 항공기인 드론이 합하면 자율주행 또는 원격조종 전기항공기가 된다. 20세기초 공상가들이 생각하던 게 머지않아 실현될 것인가. 흥미로운 물음이다.

  TV, 컴퓨터, 휴대폰 등의 화면을 만드는 디스플레이 기술도 가전박람회에서 사람을 끄는 단골 품목이다. LG가 선보인 TV 화면은 둘둘말려 밑으로 내려갔다가 반듯이 펼쳐지기도 하여 마술 같았다. 아직은 가격이 비싸 실용성이 부족하지만 진기한 광경이었다. 여러나라의 전자회사마다 나름대로 새로운 화면기술을 선보였지만, 한국 제품들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번 CES에서 또 하나 눈에 뜨인 것은 기업들의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였다. 인구고령화에 따라 헬스케어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각종 건강관리 기기들, 원격 진단기,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소형 진단기,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등 많은 아이디어 상품들이 선보였다. 이 분야에서 기술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이 있으나 국내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해서 산업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획기적인 기술들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있는 역동적인 시대이기도 하다.

 채수찬<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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