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 포비아…스멀스멀 피어나는 반중 정서
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 포비아…스멀스멀 피어나는 반중 정서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1.29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에서도 막연한 반중(反中) 정서가 번지는 모양새다.

 도내 유명 관광지에서 중국 관광객을 꺼리거나 중국인 대한 불안감을 공공연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반중 정서를 지지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글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1시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무료로 개방되는 경기전에는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는 가운데 29일 오후 전주한옥마을에서 마스크를 쓴 단체여행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신상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는 가운데 29일 오후 전주한옥마을에서 마스크를 쓴 단체여행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신상기 기자

 눈에 띄는 점은 이날 미세먼지가 없는 쾌청한 날씨에도 불구 마스크를 쓴 관광객이 다수 목격됐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한 박연수(21·여·서울) 씨에게 마스크를 착용한 이유를 묻자 “당연히 (우한)폐렴 때문이죠”라고 즉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옥마을은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도 많아 불안감을 덜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주변에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경기전을 비롯해 한옥마을 곳곳에서 중국인 관광객 일행이 목격됐다.

 이들이 중국어로 대화를 하자 근처를 지나던 내국인 관광객들은 조용히 자리는 피하기도 했다.

 중국 우한 폐렴이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온 상황에서 혹시나 하는 염려가 앞섰기 때문이다.

 다섯 살배기 아들과 이날 한옥마을 찾은 심모(38)씨는 “아이를 가진 입장에서 솔직히 요즘은 중국어만 들어도 걱정이 된다”면서 “중국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우한 폐렴 사태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내가 먼저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연하게 중국 관광객을 비판하는 상인도 있었다.

 한옥마을 인근에서 숙박업에 종사하는 A씨는 우한 폐렴 여파로 최근 예약 취소가 줄이어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는 “(우한)폐렴 때문에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오늘 하루만 2건이 발생했다”면서 “한옥마을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이유인데 앞으로도 예약 취소는 물론 숙박 예약 문의도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진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A씨는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지난 메르스 사태처럼 숙박업은 물론 전주 관광업이 초토화될 수 있다”면서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정부가 중국인 입국 제재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발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이 자칫 반중 정서로 번질수 있다는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발 우한 폐렴 사태로 시작된 불안감이 반중 정서로 이어져 일정부분 과도한 형태로 감정들이 표출되고 있다”면서 “허위 사실 등 근거 없는 말로 불안감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중국인과 우한 폐렴을 동일선에 놓고 바라보는 시각은 지양하고 과도한 반중 정서는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청원글에 대한 서명자가 57만명을 넘어섰다.

 

김기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