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작가 최창학의 유작 ‘케모포트’
원로 작가 최창학의 유작 ‘케모포트’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1.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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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최창학 작가가 스스로 ‘죽어가면서 아내에게’라고 부제를 붙인 케모포트(상상·1만5000원)는 그가 절필 22년만에 쓴 장편소설이자 유작이다.

 케모포트는 항암주사 등을 여러 차례 맞아야 할 경우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느낄 수 있도록 어깨 가까운 가슴 속 주사 놓을 자리를 심어놓는 장치를 말한다. 최창학 작가는 소설의 끝부분에서 ‘발음하기도 까다로운, 낯선 이 낱말을 소설의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소설을 읽고 나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라고 남겼다.

 소설은 죽음을 앞두고 아내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내용으로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도 실존 인물들이고 심지어 대부분 실명을 그대로 썼다.

 68년도에 뛰어난 신예작가로 등단해 창작활동과 더불어 서울예대 문예창작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 작가는 자신의 일을 축약하거나 얼버무리지 않는다. 처음으로 아내를 만났던 청춘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이 소설은 한때 국내 최고로 평가받은 소설가 신경숙을 포함한 제자들과의 이야기들, 후배 시인과 불륜, 조울증을 앓던 여제자와 스캔들로 논란이 돼 교직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일까지 민망할 만큼 숨김없이 썼다.

 소설에는 불륜 관계였던 후배 시인과의 일화, 조울증을 앓던 제자가 집에 초대해 벌인 민망할 일도 그대로 썼다. 신경숙은 스승인 그에게 자주 편지를 보냈고, 유명 작가가 되기 전 그와 다른 작가가 함께 한 술자리 에피소드를 소재로 콩트도 썼다. 조울증 제자도 최창학이 없던 사이 집에 찾아와 난동을 부렸지만, 아내는 동요하지 않고 그녀에게 성경책을 주며 진정시킨 이야기도 그대로 적었다.

 더불어 이 소설은 자신의 인생과 암을 거치면서 엮은 질병에 대해 상세하다. 그 아픔속에서도 그가 떠올리는 청춘과 인생의 장년에는 아내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함께 담겨있다. 또한 자식들의 삶과 집을 옮기고 돈에 궁했던 이야기들도 치밀하게 썼다.

 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참회록이나 투병기, 가족일기 같은 거야 서술할 수 있다 치더라도 유명하지도 않은, 생존하는 주변 사람들의 실명을 그대로 써 당사자는 물론 읽는 사람들의 신경을 거스르게 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며 “그러나 이것은 죽어가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들의 이름을 입속으로 되뇌어 보는 것쯤으로 가볍게 받아들여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최창학 작가는 익산 출신으로 남성고교와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8년 ‘창작과비평’에 단편 ‘창’으로 등단했으며 ‘물을 수 없었던 물음들’, ‘바다위를 나는 목’, ‘아우슈비츠’ 등 100편의 작품을 남겼다. 1978년부터 30년간 서울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지난 27일 향년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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