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금 나야 할 텐데…
제금 나야 할 텐데…
  • 박종완
  • 승인 2020.01.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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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나 다를까 이번 명절에도 변함없이 부모님을 비롯하여 집안 어른들, 형제자매들까지 왜 아직도 그러고 있느냐고 얼른 좋은 사람 만나서 알콩달콩 살아야지 허송세월을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걱정들을 하셨을 게다.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지 명절 때나 집안 대소사엔 어김없이 걱정들을 하시니까 오히려 찾아뵙기가 민망스러워 아예 전화로 대충 둘러대고 여행을 하거나 방콕(방에 혼자 뒹구는 등)을 선택한 자녀들도 부지기수였을 테다.

 전자의 내용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절의 풍경들이고 가정과 회사마다 노총각. 노처녀들이 많다 보니 말 못할 사정과 이유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누군들 부모님 말씀처럼 좋은 사람 만나서 알콩달콩 가정을 꾸리고 떡두꺼비 같은 손주를 안겨주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로 취직을 하더라도 내 집 마련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사는 삼포세대(三抛世代)들은 해가 바뀌었음에도 결코 나아질 게 없는 현실을 풍자하듯 더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스스로를 n포 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모든 유행어는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기성세대들은 노력하면 개천에서도 용이 될 수 있다고 믿었으나, 요즘세대들은 태생부터 금수저이거나 흙 수저로 나뉜다는 관념의 불평등과 부조리의 현실과 직면하고 있다.

 우리네 선대 부모님들께서는 “산 입에 거미줄 치랴”라는 말을 믿고 자식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운명이겠거니 하시며 예닐곱씩 낳아 기르셨고 가난했지만 없는 농토도 줄여가면서 당신보다는 잘되고 잘살기를 바라며 공부도 시키고 객지에 나가길 바라셨다.

 시집간 딸자식이 혹시나 시부모님 눈치나 보지 않을까 싶어 없는 살림에도 이것저것 챙기시는 어머님의 깊은 정을 누가 알까마는 그럼에도 우리네 부모님들께서는 혼기가 찬 아들딸들을 어떻게든 제금 내보내는 것을 조상에 효도하는 길이라 생각하셨다.

 요즘도 부모의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그런데 서른이 훌쩍 넘은 딸자식이 결혼할 생각은 없고 간혹 소개자리가 와도 내가 알아서 할 텐데 신경 끄라면서 뒤돌아서는 모습에 애가 타고 속이 터지실 게다.

 다른 집들처럼 순탄하게 시집, 장가도 보내고 귀여운 손자손녀 재롱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요즘 세태이거니 위안을 해본다.

 실제로 2019년 11월 27일 발표된 통계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더라도 국내 출산율이 0.88로 전 세계 최저라는 사실이 오늘날의 세태를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필자 역시 기성세대로서 왠지 모를 미안함에 깊은 연민을 느끼며 좀 더 이해하고 젊은이들이 직면한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 전반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함을 실감한다.

 그래도 속 터지는 마음은 가시지는 않는다.

 당장에라도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하겠다는 비혼 들은 많다. 좋은 사람의 한계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 말씀을 빌리자면 눈에 콩깍지가 씌어야 한다고들 하시는데 모두가 제 눈에 안경인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외롭지 않게 해주는 사람 등등 좋은 사람 찾다가 세월 다 보내고 일에 몰두하다 보니 덩그러니 혼자였던 것이다.

 어릴 적 세상물정 모를 때는 둘만 좋으면 세상 두려움 없이 살아갈 줄 알았는데 나이 들어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사람에게 마음 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허나 어쩌겠는가?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들 했는데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셈치고 주위에 그냥 그런 사람 있으면 속마음을 보이는 게 좋을 성싶다.

 우연의 선택이 필연으로 이어지는 것이 결혼이 아닐까 싶은데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나눠주면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첩경이 아닐까 싶다.

 다가오는 꽃피는 춘삼월에 제금 나려고 준비하는 청춘남녀들에게 필자는 가불을 해서라도 미리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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