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걱정’ 때문에... 취준생들의 사라진 설 명절
‘취업 걱정’ 때문에... 취준생들의 사라진 설 명절
  • 양병웅 기자
  • 승인 2020.01.22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22일 전주시 전북대학교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공무원, 토익 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최광복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22일 전주시 전북대학교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공무원, 토익 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최광복 기자

 “설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하루 빨리 취업해 스스로 떳떳해지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올해 전북지역 채용에 대한 기대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취업의 벽’을 허물기 위한 취준생들의 고민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도내에서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계속된 내수침체 등 지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여전해 취직 준비에 몰입하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설 명절은 실종된 지 오래다.

 취준생들은 해마다 높아지는 취업문에 대해 “이제는 어지간한 취업 스팩으로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비교적 공정하면서도 안정적인 공무원과 공기업 시험에 몰리다보니 취업 관문이 더 좁아지고만 있다”고 푸념했다.

 설 명절을 이틀 앞둔 22일 오전 전주시 진북동 전북교육문화회관과 전북대 도서관에는 수 많은 취준생들이 토익 공부와 자격증 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박지훈(27) 씨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시간을 내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번번히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면서 “최악의 경기 불황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서도 채용 인원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씨는 이어 “평소 체력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올해 4월 예정인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며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설 명절이라고 쉴 수도 없고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해 보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휴학생 유모(25·여)씨도 취업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유씨는 “안부를 묻는 지인, 친구들을 마주하기가 부담스럽다”면서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공기업 공채에서 쓴 맛을 본 뒤 취업 압박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그러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다 보니 설 명절이 다가오는 것도 마냥 기쁘지 않다”며 “극심한 취업난 때문인지 도내에서는 마땅히 들어갈 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 지금 준비 중인 공기업 공채에 다시 한번 도전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태경 우석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느끼던 소속감이 졸업과 동시에 박탈되고 취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취준생들은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돼 자칫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면서 “취준생들의 사회적·신체적·정신적 건강 관리를 도울 수 있는 사회적 프레임이 필요하고, 취준생들 스스로도 정신적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 할 수 있도록 주변인들과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병웅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