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송가인과 진성의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그 진한 감동
가수 송가인과 진성의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그 진한 감동
  • 정영신
  • 승인 2020.01.22 17: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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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날려버린/허무한 맹세였나/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무릎까지 덮는데/안 오는 건지/못 오는 건지/오지 않는 사람아/안타까운 내 마음만/녹고 녹는다/기적소리 끊어진 밤에//어차피 지워야할/사랑은 꿈이었나/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만나자고 약속한 사람/새벽부터 오는 눈이/무릎까지 덮는데/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대답 없는 사람아/기다리는 내 마음만/녹고 녹는다/밤이 깊은 안동역에서/기다리는 내 마음만/녹고 녹는다/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가수 진성이 부른 ‘안동역에서’의 가사이다. 이 노래는 트로트 작사가 김병걸이 작사하고 최강산이 작곡을 해서 2008년에 진성의 목소리로 처음 발표를 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12년 겨울, 거리거리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음악프로마다 이 ‘안동역에서’ 노래가 수없이 흘러나왔다. 당연히 전국의 노래방에서도 그 당시 대세였던 이 ‘안동역에서’를 너도나도 마치 동네 동가(洞歌)라도 되는 양 신나게 불러댔다. 가사는 분명히 슬픈데 가락은 또 흥겨워서 묘하게 들을수록 부를수록 더 듣게 되고 부르게 되는 중독성이 강한 노래였다. 이 ‘안동역에서’ 노래 한 곡으로 20년 무명가수 진성은 대 스타가 되었고 2013년에는 안동시의 홍보대사로까지 위촉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가수 진성은 예향의 고장 전북, 그리고 낙조가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부안에서 태어났다. 진성은 고향 부안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변산의 푸른 바다, 오래된 책을 겹겹이 쌓아 놓은 듯한 신비로운 채석강, 모항, 등 그 넓고 깊고 어질고 자애로운 서해 바다를 보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 세 살 때 가정문제로 어머니와 헤어진 뒤 힘들고 외로운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그 고향마을 앞에 펼쳐진 바다를 닮은 마음을 평생 잊지 않고, 그 선한 심성을 그대로 간직하며 살아왔다. 진성은 처세가 쉽지 않은 연예계 생활에서도 항상 공손하게 인사하고 겸손함이 묻은 악수로 동료와 팬들과 소통하고, 친절함이 몸에 밴 언행으로 동료 가수들과 주변인으로부터 심성이 타고난 가수라는 좋은 평을 듣고 있다.

 나는 트로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2012년 그 겨울, 인천의 모 대학에 근무하는 지인이 가사가 좋고 가수가 노래를 너무 잘 부른다며 이 ‘안동역에서’ 노래 동영상을 내게 선물로 보내주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흰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무릎까지 덮는데/안 오는 건지/못 오는 건지/오지 않는 사람아/안타까운 내 마음만/녹고 녹는다/기적소리 끊어진 밤에//어차피 지워야 할/사랑은 꿈이었나……” 가사 중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부분이 더 진하게 가슴에 와 닿으며 내 귀를 끌어갔지만, 계속 듣고 싶을 만큼 내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런데 요즘 내가 ‘한 많은 대동강’을 부르는 송가인의 음색에 반해서 그녀의 광팬이 되다 보니, 그녀를 좋게 평하는 언론이나 음악평론가 그녀 주변의 마음 착한 동료 가수들까지 더 좋아 보이고 그들의 노래까지도 찾아서 관심을 갖고 듣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진성이 자신의 행사장에서 마다 송가인의 이름을 부르며 후배가수 송가인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도 “진성이어라~ ”라고 송가인식으로 똑같이 소개하며 웃음을 유발했다.

 진성은 진심으로 노래를 잘 부르고 심성까지 착하고 겸손한 송가인을 칭찬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진성은 송가인의 이름을 수시로 부르며 그녀의 성공을 빌어 주었다. 그런데 얼마 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간과 공간을 건너서 송가인이 진성이 부르는 소리에 감동적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송가인이 진성 선배가수의 이름을 불렀다. 바로 미스트롯 청춘 안동콘서트에서 송가인이 진성을 초대한 것이다. 송가인은 진성과 함께 그 유명한 ‘안동역에서’와 ‘보릿고개’를 주거니 받거니 같이 부르며 트로트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감동적으로 펼쳤다. 그 순간 안동시민과 양쪽 팬들의 함성이 하늘이라도 뚫을 듯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송가인과 함께 안동고을에서 부른 그 ‘안동역에서’는 다시 한 번 또 최고의 명곡으로 재탄생을 하였다. 가수 진성 역시 더한층 최고의 가수로 안동시민들 가슴 속에 각인되었다.

 이렇게 좋은 마음은 의도하지 않아도 서로 가슴과 가슴에 빛처럼 전해진다. 그리고 더 귀하고 가치 있는 선물로 상대에게 보답한다. 아직은 벽난로의 온기가 더 그리워지는 이 겨울, 나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위해 기도의 노래를 불러보자. 그러면 또 기적처럼 그가 부르는 나를 위한 기도의 노래가, 어느 날 가만히 내 가슴 안에서 신비롭고 따스하게 들려 올 것이다.

 정영신<전북소설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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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자랑 2020-01-23 14:32:59
진성과 송가인은 호남의 자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