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에 바라는 것
경자년 새해에 바라는 것
  • 김현수
  • 승인 2020.01.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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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쥐의 해라는 경자년 새해를 맞은 지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이제 며칠 후면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설날이 다가온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새해에는 한 해의 희망을 생각하며, 그동안 이루고자 했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각오를 하게 되는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무심히 흘러가다 보니 과연 올해 계획했던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을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설 명절을 계기로 다시 한번 각오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2월과 1월, 한겨울을 생각할 때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추운 날씨와 눈 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극심한 추위는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예년에 비해서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겨울인 것 같다. 실제로 지난 6일에서 8일까지 사흘 동안 내린 비의 양이 지금까지 1월 전체 강수량 기록을 넘어선 지역이 매우 많았다. 과연 이런 현상이 매년 지속하는 또는 변화하는 기후 양상인지 알아보기 위해 작년 이맘때쯤의 기록을 살펴보니, 작년 1월말에는 반대로 겨울 적설량이 예년의 4%에 지나지 않았고,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인해 작은 하천들이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갑지만, 비 또는 눈이 내리지 않던 작년 겨울과 온화하면서도 기록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이번 겨울을 비교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올 한해 날씨변화는 어떤 양상을 보일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기록적인 가뭄을 시작으로 지난 수년간 경험했던 수많은 극단적 기상현상을 경험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여러 자연자원, 특히 수자원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올 1월의 기록적인 강수량을 바탕으로 올해에는 장마가 올 때까지 물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기록적인 강수량을 경험하면서 이를 단순히 한 해 동안의 물 부족 가능성과 연관시켜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온화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을 이전 겨울의 기후 양상과 비교하고, 이를 기후 현상의 장기적 변동성의 확대라는 상황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겨울철 강수 부족 또는 기록적인 강우량 발생 등 매년 변화하는 상황은 양 극단의 기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후변화의 시사점으로 삼고, 어떤 방향으로의 극단적 변화가 발생할 때도 우리의 삶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관리 및 보전 방안을 마련하는 것 말이다.

 다행히도 전라북도는 변화하는 기후현상의 효과를 완화해줄 수 있는 몇 개의 큰 물그릇이 존재하고 있어서, 가뭄과 홍수로 인한 피해를 상대적으로 적게 경험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물그릇에 담겨 있는 많은 양의 물이 과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 몫으로 남아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생기는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물그릇’ 또는 ‘안정적 수자원 확보’라는 용어에 대해서 너무 우리 것만 강조하는 지역 이기주의적 발상이 아니냐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결코 다른 지역은 어떻게 되든 우리만 잘살면 된다는 편협한 사고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우리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통해서 조성된 수자원을 원래의 취지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나가자는 것이다. 실제로, 처음 수자원을 조성할 때 의도되었던 용도대로 물을 확보하고 사용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여러 문제의 해결에 꼭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며, 이를 위해서 무리하게 원래 계획보다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고 떼를 쓰는 것 또한 아니다.

 그동안 물그릇을 지키기 위한 단합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논고를 여러 차례 작성해왔다. 그 과정에서 변화하지 않는 상황을 바라보며 답답한 심정을 억누르기 힘들었던 적이 많았지만, 새해가 더 이상 새해가 아닌 시점이 되기 전에 다시 한번 단합된 노력의 필요성을 제기해보고자 한다. 지역사회 모두가 한목소리로 우리의 물그릇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경자년 새해에 바라는 작은 소망이다.

 김현수<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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