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삶은
지혜로운 삶은
  • 김동근
  • 승인 2020.01.21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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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어렵고 힘든 일을 경험한다. 그것을 잘 극복한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일은 몇날 며칠을 고민해도 해결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힘겨워한 때도 있다. 이럴 때마다 “내가 좀 더 많은 경험을 했었더라면, 내가 좀 더 많은 지식을 쌓았더라면, 아니면 내가 좀 더 지혜가 있었더라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옛날부터 선지자들은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경험이나 지식은 본인들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쌓을 수 있지만, 어떤 삶이 지혜로운 삶일까? 어떻게 하면 지혜를 쌓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한다는 명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명목이 옳은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명목이 불공정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비주류(非主流)이거나 농어촌(農漁村)에 살면 불이익은 아니더라도 주류(主流)나 대도시(大都市)에 사는 사람들보다 혜택을 덜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불공정이 사람들로 하여금 주류나 다수파에 속하도록 하거나 대도시에 살도록 만든다. 주류나 다수파에 속하기 위해 또는 대도시에 살기 위해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과 큰 비용을 부담한다. 사람들이 힘겨워하면서도 이것을 극복하려는 이유는 그러한 명예와 재산에 대한 욕심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득농촉망(得膿蜀望)’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한나라 광문제가 농(膿) 나라를 정복하고 나서 다시 촉(蜀)나라를 공격하자 사람들이 한 말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뜻하는 것이다. 모든 일은 욕심 때문에 시작하지만, 또한 욕심 때문에 실패한다는 뜻이다.

 명예와 재산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 실패하는 이유는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은 대개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남자(淮南子)에서 유안(劉安)은 “축록자불겨산(逐鹿者不見山: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하고), 확금자불견인(擴金者不見人 : 돈을 쫓는 자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명예(名譽)나 욕심(慾心)에 사로잡힌 사람은 도리(道理)를 저버리거나 눈앞의 위험(危險)을 돌보지 않으며, 큰 뜻을 이루려는 이는 작은 일에 사로잡히지 않음을 뜻한다. 이 말은 본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이 명예와 재산에 대한 욕심을 버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생존전략이고 버팀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버린다고 해서 어느 정도를 버려야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장자(莊子)가 한 말에서 배운다는 의미를 깨달을 수는 있다. 장자(莊子) 내편(內篇)에서 장자(莊子)는 ‘악출허(樂出虛)’라 했다. “음률은 모두 그 빈 곳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이 말의 의미는 사람의 마음도 비우지 않으면 참된 마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진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어렵다. 자신의 잣대로만 보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고, 바르게 판단하고 처신하면 결국 도를 이룬다는 말이다.

 다만 명예나 재산에 대한 욕심을 비운다고 해서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 논어(論語) 위령공(偉靈公)편에서 공자(孔子)는 “인능홍도(人能弘道) 비도홍인(非道弘人)”라고 하였다. 이것은 “사람이 도(道)를 넓히는 것이지, 도(道)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즉, 인간이 도의 주인이며 도의 중심이지, 인간이 도에 귀속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서 도(道)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도리를 뜻한다.

 사람은 정의(正義), 공정(公正), 법치(法治)의 가치를 넓히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야지 정의(正義), 공정(公正), 법치(法治)라는 가치만을 주장하며 자신의 이름만을 높이려는 생각은 올바르지 못하다. 공심(公心)이 아닌 사심(私心)을 가진 사람들은 명예나 재산에 대한 욕심을 비운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나 가치도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늘 하래 가장 위대한 힘은 지혜라고 한다. 인간은 지혜를 지녔기 때문에 온 세상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지혜의 근본은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볼 줄 아는 것을 말한다. 상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알고 자신의 희망과 상대의 희망을 일치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지혜이다. 지혜로운 삶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은 경청과 공감을 넘어 실천을 의미한다. 올 한해 우리 모두 지혜로운 삶을 살게 되면 갈등과 대립을 넘어 서로 상생(相生)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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