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립극단 ‘2020 연극의 해’맞아 수준 높은 공연 모색
전주시립극단 ‘2020 연극의 해’맞아 수준 높은 공연 모색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1.21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시립극단이 지난해 선보인 셰익스피어 \'오델로\'의 한 장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2020 연극의 해’를 맞아 전북 유일의 공립 극단인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이종훈)의 어깨가 무겁다. 전주시립극단은 지역 연극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수준 높은 공연으로 ‘2020년도 시즌 레퍼토리’를 구성해 내놓았다.

 먼저, 상반기 정기공연으로 3월 24일부터 29일까지 덕진예술회관에서 이강백의 대표작 ‘봄날’을 선보인다.

 문학성과 연극성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한 편의 동양화 같은 여백의 미학이 돋보인다. 인간의 삶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주제로 삼고 있다. 시립극단은 전북지역 방언으로 바꿔 지역적 사투리와 말맛을 살려내는 한편, 원작이 갖는 작품 본연의 원형을 잃지 않는 스토리 구성에 집중할 예정이다.

 무대에는 후미진 산골마을에서 밭을 갈며 살고 있는 늙은 홀아비와 일곱 형제가 등장한다. 절대 권력자인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자상한 장남, 천식을 앓는 병약한 막내, 아버지로부터 혹사당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섯 명의 자식들은 불편한 관계다. 어느 봄날, 산불이 나자 사찰의 스님들이 주워 길렀던 동녀를 이 집에 맡기고 사라져 버린다. 늙은 홀아비는 어린 여자아이를 이불 속에 품고 자면 양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풀고, 다섯 아들은 욕심과 권위에 가득 찬 아버지의 억압에서 벗어나 권리를 찾을 방법을 모색하는데…. 이 척박한 집구석에 봄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인생 이야기가 2020년에 어떠한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시립극단은 하반기 정기공연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올린다. ‘햄릿’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협업으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총 3회 공연으로 선보인다.

시립극단은 지난해부터 셰익스피어의 명작들로 매년 가을 정기공연을 배치하며, 관객들에게 순수연극의 낭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4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형에서 벗어나 더욱 자극적이고 변형적인 연극작품이 난무하는 현대 연극의 길에서 다시금 질문을 던지는 것 또한 공립 극단의 역할임을 고민하고 있다.

 시립극단이 지난해 ‘오델로’에 이어 택한 두 번째 작품인 ‘햄릿’ 역시도 그 믿음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다. 셰익스피어를 몰라도 햄릿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으며, 희곡을 읽지 않았어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 극 중 인물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오해와 갈등, 그 대립의 틈바구니 속에서 끊임 없이 주저하고 망설이는 모습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주기에 큰 공감을 산다.

 이 밖에도 시립극단은 빈 무대에 배우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는 낭독공연 ‘책 읽어주는 남녀, 시즌2’도 이어간다. 7월에 경주에서 열리는 ‘2020 국공립극단 페스티발’에서 ‘봄날’로 전주의 힘을 보여주고, 전주시립예술단 4개단이 함께하는 연합공연으로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준비 중이다.

 이종훈 상임연출은 “지난해 ‘완장’에 이어 올해 ‘봄날’역시도 창작공연인 만큼 지역의 언어를 통해 산골마을의 정서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잊혀져 가는 사투리의 복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역극단이 가져야 할 책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서 단원들이 정서적이면서 서정적인 희곡의 언어의 맛을 제대로 느끼는 한편, 연기자로서의 자긍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올해 원작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연출의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시립극단은 올해 공연을 함께할 관객 리뷰단을 23일부터 31일까지 모집한다. 만 19세 이상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을 좋아하는 전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접수는 이메일(cityplay21@hanmail.net)을 통해 받는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