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를 맞아 극장가에 진출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요원’이다. 외국 영화는 ‘스파이 지니어스’ 한국 영화는‘미스터 주 : 사라진 VIP’, ‘히트맨’,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했다. 새해에 항상 인기가 많은 코미디, 작년 설 연휴 대박행진을 이어나간 ‘극한직업’처럼 ‘대박’ 칠 수 있을까. 최고의 요원과 새가슴 연구원의 좌충우돌 스파이 애니메이션 ‘스파이 지니어스’, 말하는 동물들과 요절복통 수사를 펼치는 ‘미스터 주’, 꿈을 찾아 국정원 그만두고 웹툰작가로 나선 요원의 험난한 연재시기 ‘히트맨’, 대통령을 모시던 ‘부장’들의 모습들을 서늘하게 다룬 ‘남산의 부장들’이 설 연휴 극장가에서 격돌한다.(편집자주)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의 ‘새 요원’ 애니메이션, ‘스파이 지니어스’
전 세계를 위협하는 불법 무기 거래 첩보를 입수한 스파이 에이전트는 슈퍼 스파이 ‘랜스’를 파견한다. 하지만,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정체불명의 빌런 ‘킬리언’(벤 맨델슨)은 오히려 ‘랜스’로 위장해 무기를 훔치고 그를 함정에 빠트린다.
무기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스파이 에이전트에게까지 쫓기게 된 랜스는 킬리언에게 맞서기 위해 MIT 출신의 천재 ‘월터’를 찾아간다. 그러나 실험 중인 의문의 액체를 마시고 한순간에 세상 흔한 비둘기로 변해버리고 마는 랜스와 함께 킬리언을 상대하기 위해 나선다.
믿고 보는 배우들인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가 완벽한 목소리연기를 펼쳤으며 레이첼 브로스나한, 카렌 길런, 벤 멘델슨등의 목소리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월터의 캐릭터는 한국 문화에 쉼취해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Knock Knock’, 인스타그램 채널(@cattralpark)의 고양이 ‘우아’ 등 한국을 소재로 한 씬들도 미소짓게 한다.
▲CG와 배우들 다 훌륭... 웃음 코드는 전형적 ‘미스터 주 : 사라진 VIP’
동물을 무서워하는 국가정보국 요원 주태주는 승진 욕심에 중국에서 온 특사 판다 밍밍의 경호를 맡는다. 그러나 밍밍을 탈취하려는 범죄 조직을 쫓다가 사고를 당한 뒤 갑자기 동물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태주는 셰퍼드 알리와 함께 사라진 밍밍을 찾아나선다.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성민, 김서형, 배정남이 출연하는 이 영화는 동물들이 말하는 장면들이 자연스럽다. 한국 CG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물 목소리는 신하균, 유인나, 김수미, 이선균, 이정은 등 뛰어난 배우들이 맡았다.
동물과 함께 하는 영화가 그렇듯이 동물들은 뛰어나고 사람들은 한 두 군데서 동물보다 못하다는 전형적인 점을 감수한다면 두 캐릭터의 ‘합동수사’전에서 깨알처럼 구르는 웃음들을 찾을 수 있다.
▲전직 국정원 요원의 ‘웹툰 작가’로 살기, 요원 시절보다 빡세네 ‘히트맨’
어렸을 때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국정원 요원 덕규에게 발탁돼 암살요원이 된 주인공 수혁, 웹툰 작가를 꿈꾸며 국정원을 탈출한다. 15년이 흐르고 그가 연재하는 웹툰에는 온갖 악플이 달리고 아내는 돈을 못번다고 구박한다. 괴로워하던 수혁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는 딸의 말에 따라 술김에 국정원 시절 겪은 1급 기밀을 웹툰으로 그린다. 인터넷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웹툰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수혁은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이중 타깃이 된다.
최원섭 감독과 권상우, 정준호, 황우슬혜등이 출연하며, 특히 권상우는 이전 ‘탐정’처럼 코미디와 액션이 결합한 장르에서 잘 활약한다. 정준호와 황우슬혜 역시 망가질 때는 확실하게 망가지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낮춘다.
▲대통령의 부장들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의 짙은 욕망들의 접점 ‘남산의 부장들’
영화는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 본부에서 있었던 사람들의 관계와 심리를 면밀히 따라가는 이야기다. 영화는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중심으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의 과열된 ‘충성 경쟁’을 담담하게 좇는다.
‘내부자들’, ‘마약왕’을 만든 우민호 감독이 ‘욕망’ 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원작은 김충식 작가가 쓴 논픽션 ‘남산의 부장들’이다. 정치공작 등을 자행한 중앙정보부 18년을 통해 박정희 정권을 조명한 책이다.
그중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까지 40일간 이야기를 다뤘다. 실존 인물들은 극 중 김규평(실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김형욱), 경호실장 곽상천(차지철)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영화는 18년간 끊임없이 충성한 김규평이 어째서 방아쇠를 당겼는지 그의 시선과 심리를 따라가며 짚는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심리들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또한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 연기가 특출난 배우들이 실존인물들이 살아숨쉬는 것처럼 명연기를 펼쳤다.
이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