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식 자칫 선거 유세판 전락 우려
고등학교 졸업식 자칫 선거 유세판 전락 우려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1.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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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지난해 선거법을 개정, 투표권을 가지는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도내 고교 졸업식장이 자칫 총선 입지자들의 유세 현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총선부터 투표권을 가지게 되는 고등학생은 물론 많은 학부모들이 한데 모이는 공간을 후보자 입장에서 쉽게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일각에서는 교육 현장까지 정치판으로 물들여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총선 후보자들이 학교 교실까지 들어가 유세 활동을 벌인다해도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전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북지역 고교 졸업식 일정은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집중돼 있다.

 이번 졸업생들(2001년생, 2만418명)은 모두 투표권이 있는 가운데 올해 고3이 되는 2002년생 가운데 4월 총선 전까지 투표권을 가지게 되는 만 18세 인구는 6천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어림잡아 산술적으로 도내 고교 졸업식장에는 2만여명에 가까운 학생들과 학부모까지 3-4만여명의 유권자들이 모이게 되는 셈이다.

 한표 한표가 아쉬운 도내 총선 출마 예정자들로서는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아닐수 없다.

 상당수 총선 후보자들의 캠프에서 고등학교 졸업식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실제 전주시 갑·을·병 출마 예정자들은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도 있기에 졸업식장을 찾아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면서 “명함과 선거 유세 등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은 선에서 홍보를 이어갈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인들의 행태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칫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선거 운동 때문에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돼야 할 졸업식이 정치색으로 물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 예정 자녀를 둔 강모(49)씨는 “상대적으로 자기 결정권이 약한 학생들을 상대로 유세 활동을 펼친다면 학생들의 소중한 표가 자칫 인기투표로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정치인들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운동 범위와 기준 설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교육계도 학교 안에서 벌어질 정치인의 명함 배포와 연설 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정치인이 학교에서 명함 배포와 연설 등 정치활동을 해도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과 선거권 연령 하향에 따른 입법 보완 논의를 요청한 상태다.

 전북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학교 내에서 정치인들의 명함 배부 금지 여부, 연설 금지 여부 등 선거운동 금지 조항에 대한 입법 보완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면서 “가정통신문, 학교앱, 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교육현장 특성을 반영한 사례 중심 안내자료 제공해 안정적인 선거관리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육 현장에서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예방·단속 기준을 빠른 시일 내로 설정해 고교생 유권자들의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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