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화 따라잡지 못하는 보건교과서 10년째 그대로
사회 변화 따라잡지 못하는 보건교과서 10년째 그대로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0.01.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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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보건 교과서[촬영 황예림]
중·고등학교 보건 교과서[촬영 황예림]

“오래전에 만들어진 교재다 보니 잘 활용하진 않아요. 현재 나와있는 보건교과서는 안내서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서 제 나름대로 계획을 짜서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북의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 A씨는 10년 전 내용 그대로인 보건교과서를 보며 한탄을 금치 못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채 과거 오래된 틀을 유지했고, 최근 대두되는 미세먼지, 기후문제 등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성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져 철저한 예방교육이 필요하지만 이 또한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현재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17차시 이상 보건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부터 학교보건법이 개정됨에 따라 의무화 됐다. 그러면서 서울 등 5개 시도교육청에서 승인한 인정도서들이 제작되면서 전국 초등학교 보건수업에 활용하게 됐다.

하지만, 이후에 2009와 2015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보건과목은 정규 교과목이 아닌 만큼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교육과정 및 교재에 대한 수정작업 기회도 없었다.

수년이 지나도록 목차나 내용 등에 큰 변화가 없다 보니 내용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고 학습도구로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도내 B보건교사는 “단순 지식을 쌓는 것보다 저학년 때부터 인성, 건강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요구로 자리잡고 있다”며 “질적으로 향상된 표준화된 교과서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모든 학생들이 체계적이고 동일하게 보건 수업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현실적으로 보건교육과 관련된 자료들을 다양하게 수집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매번 동영상 시청과 이론 수업만으로는 효과가 없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문제는 교과서 수정을 하려면 시도교육감 승인이 필요한데 지역교육청별로 의견차가 있다는 것이다.

전북은 2개 출판사에서 나온 도서 중 학교별로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에서 승인한 교과서이다 보니 해당 도서에 대한 수정 작업의 승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전북도교육청의 입장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보건교과서 내용이 수정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절차상 쉬운 문제는 아니다”며 “수정작업을 거쳐 보건교과서가 이번에 인정도서로 다시 승인되면 컴퓨터, 한문, 논술 등 다른 비교과목도 인정도서로 검토해달라는 요구가 커질 수 있고, 추가 예산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과서 수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라며 “정규과목 포함 여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돼야 하는 게 우선이지, 지엽적인 문제부터 접근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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