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잇다
사람을 잇다
  • 이윤애
  • 승인 2020.01.16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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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하고 돌아온 두 번째 10년이다. 일상적으로 가고 오는 해(年)이지만 사람들은 각자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르게 계획을 준비하고 다짐하면서 새해를 맞이했을 것이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시작은 창대하고 희망으로 한껏 부푼다. 취업, 결혼, 출산과 같은 생애과업에 대한 계획이거나 운동, 외국어학습, 취미활동, 여행, 다이어트, 금연 등 일상생활에서의 도전들을 계획하며 가슴 설레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희망적인 한 해를 준비할 때 새해벽두부터 한 쪽에선 가슴 아픈 뉴스들이 쏟아지며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빚독촉과 생활고를 비관해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 치매노모가 아들이 숨진 것도 모른 채 두 달여를 시신 옆에서 홀로 생활해 온 사건, 장애가 있는 의붓아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찬물욕조에 벌을 세워 숨지게 한 학대사건 등은 사회가 2020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묵직한 과제를 안겨줬다.

 ‘초시대, 생활이 되다’ 어느 이동통신회사의 광고 카피이다. 광고에서 말하는 초시대는 정보통신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제조, 의료, 유통, 금융 등 우리 생활 전반에 파고들어 스마트팩토리, 원격진료, 스마트쇼핑, 스마트뱅킹 등 스마트라이프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초연결사회이다. 이는 미래가 아니라 가슴 두근거리는 현재이다.

 초연결이라는 기능은 전 세계가 거리와 공간의 장벽을 넘나들며 글로벌한 일상이 공유되기도 한다. 지구반대편 소식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고 함께하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이 최근 뮤직비디오를 출시하고 삽시간에 9억뷰를 달성했다고 한다. 9억명의 전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아니한가?

 초시대의 기술을 활용해 좀 더 인간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방안으로 각 자치단체에서는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돌봄서비스를 구축해가고 있다. 아직 보편화 단계는 아니지만, 사람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곳에 초연결의 기능을 보강하고 있다. 독거노인들에게 AI는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주는 벗이 되기도 하고 복용약물관리를 해주기도 하며 위기상황에 알람을 전송해 위기개입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었으며, 수수께끼 등 게임을 통해 치매예방에도 한몫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초연결 시대에 여전히 연결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죽은 아들 옆에서 두 달간을 생활한 치매노모가 그랬고 의붓엄마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당하다 숨진 장애아동이 있었으며 경제적 고통으로 동반자살을 선택한 가족들도 우리와 연결되지 못했다. 또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격차는 적지 않은 사회구성원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스마트라이프 시대는 아마 글자를 모르는 문맹보다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기기로 인한 디지털맹의 불편함과 서러움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누구라도 ATM 앞에서 기차역이나 버스정류장 발권기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시는 분들을 종종 목격했을 것이다. 줄이라도 길게 설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무인화 자동화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사람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초연결시대 모든 사물의 연결을 추구하는 가운데 중시되어야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고유한 연결에 더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지구 저편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연결의 주체는 지금 당장 만나는 사람들과 이웃하는 사람들이 관심과 연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에서 운영되는 여성들의 네트워크인 화요간담회의 올해 주제는 ‘사람을 잇다’이다. 불평등, 차별, 소외, 배제를 해소하고 사람 사이의 소통과 연대와 공감을 근간으로 하는 여성들의 한 해 성찬이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며 모두가 연결되었으면 좋겠다.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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