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특집] 의병 이칠봉, 아버지께 올리는 말씀
[광복특집] 의병 이칠봉, 아버지께 올리는 말씀
  • 김광원
  • 승인 2020.01.16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버지, 저는 사금을 채취하여
 효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허나 왜놈들이 우리 조선의 외교 주권을
 강탈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는 잠도 못 이루고 고심하다가
 의병에 가입하셨지요.
 그때 저의 꿈도 사라졌습니다. 

 전북지역을 무대로 훨훨
 무장투쟁을 하시던 아버지……
 1907년 초여름,
 저도 의병이 되고선 처음으로 행복했습니다.
 의로움만이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1908년 1월 어느 날, 80여 의병과 함께
 김제를 공격하고 물러서던 중
 당신께서는 일본군 기병과 한바탕 교전을 벌이셨고
 아뿔싸, 그들 총에 쓰러지셨지요.
 제 슬픔은 분노로 바뀌었으나
 당신은 내 마음속 황금동상이 되었습니다. 

 같은 해 1월 29일,
 추위 속 내내 아버지를 떠올리며
 원평 땅, 10여 명 동지들과 잠복하다가
 일본군의 습격을 받고 잡혀버렸습니다. 

 동지들 셋이서 탈출을 시도했으나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곧바로 총살당하는 순간
 저는 당신의 마음 떠올랐지요.
 “스스로 일어나 스스로 태웠으니
 오래 남아 무엇을 바라겠느냐.”

 

 김광원(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