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이랑 뭐하고 놀까?
동생들이랑 뭐하고 놀까?
  • 진영란
  • 승인 2020.01.16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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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 유치원에서는 장승학교에 3년째 놀러 오고 있다. 중 2, 초 5인 아들, 딸이 다닌 환경교육을 하는 유치원이다. 해마다 2~3명 정도가 장승학교에 입학을 할 정도로 우리 학교와 인연이 깊은 학교다. 유치원 학부모였다가 장승학교 선생이 되니, 엄지(코끼리 유치원 원장)가 우리 학교에 놀러 오고 싶다고 해서 시작된 만남이다.

 처음에는 다른 유치원 아이들이 학교에 놀러 와도 되나? 싶은 생각에 학교에 알리지 않았다. 그저 1학년 교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잠깐 보고 간다고도 했고, 그리 소란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아이들은 교실보다 세동천, 트리 하우스, 운동장을 훨씬 좋아했다. 인사할 때 잠깐 교실에 머문 걸 빼고는 엄동설한에도 밖에서 실컷 놀다가 돌아갔다. 그때는 동생들이랑 1학년이랑 짝을 맺어줄 생각도 못하고, 떼 지어 여기저기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쫓아다니느라 기진맥진했더랬다.

 둘째 해에는 1학년 때 동생들을 만났던 아이들이 자라서 2학년이 되었고, 짝을 맺어주긴 했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15명, 유치원 아이들이 30명이어서 1대 2로 짝이 되니까 2학년 아이들이 버거워했다. 2명의 동생의 요구가 각기 다를 때 사이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3년째 유치원 동생들을 환영해 준 경험이 있는 3학년 아이들, 3년 전에 유치원 동생들하고 논 경험이 있는 4학년 제자들이 있어 든든했다. 올해 장승으로 온 3학년 선생님도 평화샘을 함께 공부해 온 터라, 유·초 연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교장선생님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도울 일이 뭐가 있냐고 물어주시며 두 팔을 걷고 나서 주셨다. 유치원 동생들 맞이할 때 쓰려고 가을에 캐 둔 고구마가 다 얼어버려서 학교 예산으로 고구마 2박스랑 음료를 샀다. 학교 주무관님이 군고구마 통에 불을 피워 고구마를 구워주셨다. 혼자서만 하던 일들을 여러 사람이 나누니 정말 한결 수월했다.

 3, 4학년 아이들은 동생들이 온다니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동생 맞을 준비를 했다. 동생들이랑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교 안내해주기, 동생들이랑 놀기, 맛난 간식 먹기의 순서가 정해졌다. 그리고 30명의 동생들을 34명의 학생이 돌보려면 짝을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를 수학으로 알아보았다. 아이들은 동생들이랑 달팽이 달리기, 비석치기, 십자놀이를 가르쳐주고 싶어했다. 그래도 동생들이 원하는 놀이를 할 거라고, 동생들이 배우기를 원하면 가르쳐주기로 했다. 동생들을 환영하는 가렌더도 만들어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이면서 동생들을 기다렸다.

 10시 40분 드디어 유치원차가 학교 운동장에 등장했다. 아이들이 동생을 맞으러 달려간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차에서 내리는 동생들 손을 잡고, 짝을 정하세요!”라는 말은 차가운 겨울 공기 사이로 흩어지고, 다들 쑥스러워서 서로를 쳐다보지도 못한다. ‘이게 아닌데? 망한건가?’ 어쩔 수 없다. 여자 동생 아이들이 적어서 그 아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언니를 먼저 정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는 그냥 선 순서대로 손을 잡고 짝을 맺으라고 했더니 몸을 배배 꼬며 마지못해 손을 잡는다. 손을 잡는 순간 아이들의 얼굴에 비장미가 감돈다. “이름이 뭐야? 나는 OOO야.” 소개가 시작되고 이야기가 오간다.

 잠시 함께 모여서 언니 오빠들이 학교를 소개해 줄 거라고 했더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디 가고 싶어?”라고 동생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모두 동생 손을 잡고 학교 곳곳으로 흩어졌다. 이 행사를 주관한 나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그 다음은 모두 3, 4학년 언니, 오빠들이 동생들 손을 잡고 이루어졌다. 트리하우스에 가서 안전하게 계단을 오르고 내려오도록 살펴주는 일도, 가파른 언덕을 않고 내려오게 보살펴 주는 일도, 군고구마를 호호 불어 껍질을 까서 먹여주는 것도, 음료수에 빨대를 꽂아 동생 입에 살뜰히 넣어주는 것도, 달팽이 달리기 편을 나누어 함께 나누어 노는 모든 것이 말이다. 나는 군고구마 통 옆에서 불을 쬐며 달달한 고구마를 벗겨 먹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어렵긴 뭐가 어려워? 세상 편하구만! 날마다 하라고 해도 하겠네. 역시 동생들이랑 놀기에는 3, 4학년이 딱이야!’

 우리 반에서 잠시라도 남을 놀리거나 장난을 치지 않으면 못 견디는 민수는 고구마를 먹다가도 “형, 나 물고기 보고 싶어.”, “그래? 형이랑 같이 갈까?” 귀찮아하는 내색도 없이 동생을 안내한다.

 유치원 동생이랑 친구처럼 키가 작은 유진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에너지 넘치는 아이인데 동생 손을 잡고 엄청 의젓하게 보건실을 소개해 주었다는 후문이다. “선생님! 정경이기 그렇게 의젓한 모습, 처음 봤어요.” 보건선생님의 간증.

 아이들은 놀다가 먹다가, 닭장도 갔다가, 막내네 집에도 갔다가 12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돌아갈 생각이 없다. 한창 달구어진 놀이판을 억지로 깰 수밖에 없었다. 차에 타는 아이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언니들은 “또 놀러 올 거지?”라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건넨다.

 차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던 아이들은 밥을 먹고, 또 운동장으로 달려나간다. 세 발 뛰기, 달팽이달리기, 십자놀이를 하느라 겨울 운동장은 얼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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