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특혜를 주면 식민지가 되는가
기업에 특혜를 주면 식민지가 되는가
  • 김창곤
  • 승인 2020.01.13 16: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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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렇게도 비유되는구나. 새해 첫날 TV토론을 시청하다가 이 생각을 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나온 교수 발언에서다. 그는 기업에 장기간 빌려주는 땅을 ‘조차지’(租借地), ‘식민지’로 일컬었다. 종합경기장 터 일부를 롯데에 임대, 마이스(MICE)산업을 키운다는 전주시 구상에 대한 의견이었다. 이곳 전시컨벤션센터와 호텔은 시 10년 염원이었다. 시는 경기장 부지 20% 안에 롯데가 컨벤션과 호텔을 지어 기부케 하면서 백화점 부지를 장기 임대해준다는 구상을 지난해 다시 내놓았다. 백화점은 예전 제시했던 쇼핑몰을 대체한다. 지금의 서신동 백화점을 옮긴다는 것이다.

 토론이 전주 신시가지 대한방직 터 재개발로 옮겨가자 발언은 더욱 신랄해졌다. 난개발 우려 속에 공업용지가 상업용지로 바뀔 것이다.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취한 뒤 ‘먹튀’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여론이 두려워 시가 두 사업을 더 방치한다면 직무유기’라는 의견도 단호했다. 시민들은 작년 말 법조타운 이사로 급격히 공동화된 덕진동과, 신도시 속 오지로 전락한 대한방직 터를 매일 목도한다.

 ‘개발엔 동의하지만 지역 상권은 보호해야 한다’, ‘특혜는 거두고 개발 이익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됐다. 대부분 예전 얘기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발언 속 반(反)기업 정서였다. ‘식민지’는 수탈과 착취를 떠올리는 낱말이다. ‘먹튀’란 주장에선 ‘이익만 챙기고 튄다’는 경멸과 조롱이 담겼다. ‘특혜’란 말부터 기업에 대한 적대감을 내포했다.

 오늘 한국의 위기는 언어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분노와 저주, 편가르기의 말이 거리와 SNS에 난무하고 있다. 나라가 좌와 우, 보수와 진보, 민주와 반민주, 이런 이분법으로 갈려 극한 대립하면서 자유민주제가 위협받고 있다. 기쁨을 누리고 슬픔과 고통을 견디는 인간 내면은 부자와 서민, 전라도와 경상도, 한국인과 일본인이라서 다르지 않다. 시민을 서로 다른 거리로 내몰고 지지세력만 국민으로 여기는 분할 통치, 적대 정치가 참여-직접 민주제로 미화되면서 대의민주제가 병들었다.

 지난해 번역 출간된 책 이름처럼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객관보다 주관에, 지식보다 의견에, 사실보다 느낌에’ 무게가 실린다. ‘무엇이 진실이냐’보다 ‘누가 말했느냐’가 초점이 되면서 상식은 왜곡되고 ‘내로남불’이 범람한다. 내 편에 불리한 정보를 ‘가짜 뉴스’로 모는 ‘확증 편향’ 속에, 대중 환심을 사려는 단기 의제가 남발되고 있다. 위선이 깊을수록 ‘공정’과 ‘개혁’은 강조된다.

 전북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3대 분배지표가 모두 개선됐고, 가계소득도 모든 계층에서 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상인과 기업인은 “지금 옆 가게와 공장이 문 닫는데 무슨 자화자찬이냐”고 대꾸한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 찬-반 목청은 높아진다. 내 의견이 다수 생각과 같다고 판단되면 힘내지만, 그 반대면 입을 다문다. 선거만 되면 무리지어 함성을 울리다가 곧 조용해진다. 이를 이끄는 게 지식인과 정치지도자다.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땀 흘려 경쟁하고 창조하고 혁신한다. 누군가 소득을 올렸다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대가를 제공했음이다. 법은 불공정은 바로잡으라고 만든다. 소득으로 성장을 이끌고 국민에게 ‘저녁 있는 삶’을 주겠다는 성급한 신념에 기업이 멍들었다.

 기업과 자본을 적대하면 그들은 오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아 매년 고향을 등지는 전북 청년이 1만명 안팎이다. 새만금에 많은 특전을 베풀어 기업이 몰린다면, 기업 식민지로 만들었다고 누가 지탄해도 전북도민은 기뻐할 것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까지 헤아리며 미래에 확신을 주는 게 지도자다. 석 달 뒤 총선에서 전북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김창곤<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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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caler 2020-01-13 19:53:54
좋은 지적입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자기 좋은 것만 해달라고 한다면 누가 위험부담안고 전북에 선뜻 투자하겠습니까? 전북은 반기업, 반개발 정서가 문제입니다. 대부분 자신이 하는 말의 결과를 모르는 껍질뿐인 투정에 불과합니다. 개발을 찬성하는 여론이 다수인데 티비토론회와 언론보도는 매번 부정적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만 집중보도합니대. 지역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대안없이 반기업 반개발단체의견을 지나치게 보도하는 전북 언론도 전북 낙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당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