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한 선거제 개혁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한 선거제 개혁
  • 김관영
  • 승인 2020.01.09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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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이리굽고 저리굽어 복잡한 사정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 처리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여곡절 끝에’라는 말이 딱 맞을 것이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고 그 과정이 요란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우리 정치사에 남을 만한 장면이다.

 개정 이전의 선거제도가 기득권 양당에 유리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인 2표제 아래 비례대표를 정당지지율에 따라 배분했지만, 그 숫자가 자체가 적다보니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정당지지율로 26.74%를 얻었지만, 전체의석은 38석, 12.67%에 불과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당지지율이 25.54%에 불과했지만, 전체 의석수는 123석이었다. 정당지지율 3위 정당이 원내 1당이 되는 왜곡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욱이 문제는 단순한 표의 왜곡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양당체제는 정치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져왔다. 상대당보다 잘해야지가 아니라, 못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이었던 것이다. 국회내 견제 세력이 없다보니, 이런 현상은 개선되기 어려웠다.

 이번 선거제도 개혁은 이런 표심의 왜곡현상과 정치 하향평준화를 고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역구에서의 유권자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정당지지율을 토대로 하는 선거제도가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다. 즉, 정당지지율에 따라 정당별로 의석수를 우선 배정한다. 그다음 지역구 당선자는 숫자는 인정하되, 만약 지역구 당선자가 배정 의석수보다 적으면 비례대표 의원으로 나머지를 채워주는 방식이다. 다만, 이번에는 채워줘야 하는 의석수 중에서 절반만큼만 인정해 주는 것으로 했다. 제도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적 열망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정당의 이해와 절충점을 찾았던 것이다. 아쉽지만, 적어도 표심 그대로의 선거제도를 도입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국회 개혁세력들이 선거제도 개혁안을 추진할 때 자유한국당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자유한국당의 ‘미합의 처리’에 대한 반발과 위헌소지 주장 등은 사실 대외용일 뿐이었던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반대수위는 높았다. 국회 선진화법이 있었음에도 ‘동물국회’를 만들었고, 민생법안까지 볼모로 삼는 필리버스터도 신청했다. ‘게임의 룰’은 합의처리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선거제 개악안을 제안했다. 그러는 중에도 협상에는 단 한번도 제대로 참여한 적이 없었다. 차일피일 시간만 끌었던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소위 비례대표만을 공천하는 ‘위성정당’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주의 발전은 외면하고 자당의 당리당략만을 추구했던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됨으로써 군소정당이 난립할까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는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 방식이 있다. 정당의 난립에서 오는 혼란을 극복할 제도는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민의의 전당으로서 국회의 다양성은 존중돼야 하고 장려돼야 한다. 그 속에서 정당간의 건강한 경쟁이 우리사회의 소외된 계층들을 국회 논의의 장으로 끌어오는 데 분명히 기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의 혼란스러움은 ‘정치’로 풀어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정당의 역할이고 의무다.

 총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개혁의 첫 걸음을 디뎠다는 것이다. 바뀐 선거제도로 정당지지율과 국회 의석수의 왜곡 현상은 분명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기득권 양당체제도 기대된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분명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관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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