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정책’을 ‘다문화주의정책’으로 전환·확대해야
‘다문화가족정책’을 ‘다문화주의정책’으로 전환·확대해야
  • 이충국
  • 승인 2020.01.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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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대화 중에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 있다. 그 말은 무심코 던진 돌이 누군가에겐 상처를 남기게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트라우마가 되어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너 다문화니?’라는 말은 그 말을 듣는 이에게 돌을 던지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다문화’는 사전적으로 ‘한 사회, 혹은 한 국가 안에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진국·지역은 다문화사회다. 특히 세계 제1의 국가인 미국은 대표적인 다문화국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 동남아시아, 국제결혼’등으로 호칭하는 협소하고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국가가 펼친 다문화정책의 책임이 크다. 외국인의 국내 적응을 위해 마련한 지원사업의 우선 수혜 대상을 한국인과 결혼한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으로 설정한 것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해 해당 가족에 교육·출산·양육 등을 지원했고 수혜자의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출신이었던 것이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융화를 위해 시행한 정책이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려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진안의 경우 외국인이 2014년에는 305명, 2018년에는 349명이다. 2018년 기준 진안군 전체 인구수가 26,312명으로 약 1.33%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꾸준히 비율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외국인 중 20세부터 39세의 연령층이 가장 많으며 적극적인 사회 활동이 가능한 연령에 집중되어 있다. 결혼이주로 가족을 꾸릴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농업·농촌의 부족한 노동력도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주민과 그 가족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가족정책’을 ‘다문화주의정책’으로 확대 개편, 진안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다문화주의( multiculturalism)’는 사회적 소수집단의 정체성과 문화적 이해를 공공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적응하게 하는 정책으로부터 이주민(문화)과 우리 사회의 가치가 양립될 수 있게 인정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주민들의 이주 전 국가나 지역·도시와의 적극적인 교류도 가능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자원을 활용하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언어교육 등을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수용성을 극대화하고 농업·농촌형 창조도시로 거듭나는 중요한 자원으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지리학자인 리차드 플로리다(Richara Florida)에 의하면 창조적인 사람들이 도시 및 지역의 성장과 발전을 추동하는 원동력이며 문화적 관용성이 높은 도시에서 창조력이 발산된다고 한다. 진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와 이주민들의 다양한 문화를 적절하게 섞을 수 있다면 지역의 창조성을 발현하는데 중요한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가능해지면 도움을 줘야하는 이주민이 아닌 도움을 받는 이주민으로의 인식전환이 가능해 질 것이며 주민으로서의 주체적 역할도 수행하게 됨에 따라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면 다문화가족 2세들에 대한 인식개선도 동시에 수반될 수 있으며 비로소 공존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정책’은 오히려 어떤 대상을 특정함으로써 그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하는 핀셋효과를 낳게 한다. 그에 반해 ‘다문화주의정책’은 서로의 차이를 알고 이해하며 인정하게 한다. 그리고 개별 가치에 대한 인정은 지역의 자원화에 대한 논의를 가능하게 하여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는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충국 전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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