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누군가의 꿈에 기름을 부어라
새해, 누군가의 꿈에 기름을 부어라
  • 무울 송일섭
  • 승인 2020.01.02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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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군사력의 핵심은 항공모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항공모함의 이름들은 모두 전직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예를 들면 최근에 개발된 항공모함 ‘Gerald Ford’는 전 대통령이자 해군 조종사였던 제럴드 알 포드(Gerald R. Ford)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고, John F. Kennedy함은 제35대 미국 대통령 케네디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유일하게 해국 제독의 이름으로 명명된 항공모함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니미츠호’입니다.

 이 ‘니미츠호’는 체스터 윌리암 니미츠(Chester William Nimiez, 1885-1966) 해군 제독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니미츠가 어떤 분이었기에 그의 이름이 항공모함에 붙게 되었을까요?

 그는 1885년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유복자였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독일 상선 선원이었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합니다. 멋진 육군 장교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지만, 그는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합니다. 거기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을 합니다.

 그런데, 그가 졸업할 때 여자 친구로부터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습니다. 그 선물은 다름 아닌 ‘별 네 개짜리 해군 제독의 계급장’이었습니다. 그는 이 선물을 매우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해국 제독의 꿈을 키워 나갑니다.

 그런데 그가 근무하는 사령부에서 실로 엉뚱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사령관의 옷을 세탁소에 맡긴 일이 있었는데, 그만 별 네 개짜리 계급장이 분실된 것입니다. 마침 부대에 큰 행사가 있어서 사령관이 군복을 차려 입고 행사를 주관해야 할 상황인데 난감한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계급장 없는 사령관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부대가 온통 난리가 난 것이지요. 사령관은 부관을 시켜 영내 방송을 하게 합니다. 사령관의 계급장을 혹시 주운 사람이 있으면 상을 줄 테니 바로 가져오는 것이지요. 그러나 브라운 사령관에게 없는 별이 다른 부대원들에게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니미츠 소위가 별 네 개짜리 계급장을 가지고 달려온 것입니다. 브라운 사령관은 급한 상황에서 반갑기도 했지만, 새파란 소위가 해군 제독의 계급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의아해서 이렇게 묻지요.

 “자네는 소위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별 4개짜리 계급장을 가지고 있나?”

 “네, 이 계급장은 제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할 때 제 여자 친구가 저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제 여자 친구는 언젠가는 제가 해군 제독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브라운 사령관은 니미츠 소위가 내민 그 계급장을 달고 그날 행사를 잘 마칩니다. 니미츠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니미츠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미국 대서양 잠수함 부대 사령관 참모장으로 큰 전과를 올립니다. 1939년에는 해군국장이 되고, 1941년에는 태평양 함대 사령관이 되어 일분의 진주만 공격을 분쇄합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미드웨이>에서 보듯 니미츠는 레이턴 정보장교와 함께 일본의 작전을 미리 알아차리고 선제공격을 감행함으로서 전쟁사에 빛나는 미드웨이 해전의 영웅이 됩니다. 조선에 이순신이 있다면 미국에는 니미츠 제독이 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주인공입니다. 1944년에는 해군 원수로 승진하고 1945년 9월에는 그가 사령관으로 있는 미주리호 선상에서 일본이 항복문서에 조인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 해군 참모총장이 된 그의 전공을 기리고자 항공모함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물론 니미츠 제독의 실력과 열정, 그리고 노력 모두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때 ‘별 네 개짜리 장군 계급장’을 선물로 준비했던 여자 친구는 어떻습니까? 누군가의 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지금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멋진 꿈을 응원해 줍시다. 니미츠의 여친처럼

 출처 : 박용배의 <<운명과 맞짱 뜨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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