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선거연령 하향조정으로 민주주의도 성숙
도민 선거연령 하향조정으로 민주주의도 성숙
  • 안호영
  • 승인 2020.01.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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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7일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167명,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현행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의 의석구조는 유지한다.

 그러나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칠 경우, 비례 의석을 통해 정당 득표율에 맞춰 전체 의석을 보장한다.

 선거 연령도 만 18세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선거제 개정은 양당제 승자독식 정치가 32년 만에 다당제 협치로 첫발을 뗀 것이라 할 수 있다.

 과반 의석을 독점하는 정당이 사라지고, 다양한 소수정당이 등장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중심으로 한 협치 기대감도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축소 우려가 있었던 전북 의석수가 현재 10석으로 유지될 것으로 높아져, 도민들에게 위안이 될 것으로 본다.

 필자는 이번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 가운데, 선거연령의 하향 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중 34개 국가의 선거연령이 18세다. 오스트리아는 16세로 가장 낮다.

 세계 234개국 중 한국보다 선거연령이 더 높은 나라는 레바논, 말레이시아, 오만 등 10개 국가뿐이다.

 한국 청소년이 외국보다 지적능력이 낮지 않다면 왜 유독 우리만 19세를 고집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심지어 현행 법률과 잣대가 다르다.

 병역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성은 만 18세가 되는 해의 첫날부터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된다. 민법 807조에 따르면 만 18세가 되면 혼인도 할 수 있다. 공무원임용법에 따라 18세는 공무원에 임용될 수 있다.

 이에 반해 18세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지하다시피,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는 소외된 자들을 점진적으로 포용해나가는 ‘참정권 확대의 역사’라는 평가가 많다.

 선거권 부여는 선거를 통해 여러 권리를 향유하는 주체가 넓혀졌음을 의미한다. 결국 선거권의 확대는 민주주의 체제의 진보를 의미한다.

 따라서 청소년에 대한 선거권 보장은 그들의 권리와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만 18세로의 선거권 하향조정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결과에 따른 책임을 상기시키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주인의식을 증진시킬 수 있다.

 4.19혁명의 도화선은 전북 남원 출신인 17살 김주열 열사가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실종되고 끔찍한 주검으로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사건이었다. 또 3만 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20만 명으로 급증한 지난해 11월 5일은 수능을 앞둔 전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참석한 날이었다. 수능을 마친 뒤에는 더욱 많이 참여했다.

 역사에 기록된 청소년들도 수없이 많다.

 일제강점기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한 유관순 열사도 당시 18세였다. 신라 무열왕때 황산벌에서 신라군의 용기를 고무시켜 승리로 이끈 이는 16살의 소년 관창이었다.

 이렇게 당당하고 자신의 의사가 분명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청소년들은 많다.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에서는 2002년 4월16일 이전 출생자부터 투표가 가능하게 됐다. 일부 고3 학생들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통계청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내년 총선에서 새로 투표권을 얻게 되는 ‘만 18세’ 유권자는 53만2,000여명 수준이다.

 앞으로 우리 청소년들이 민주주의의 주체이자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더 많은 국민이 참정권을 보장받게 된 만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한층 성숙해질 것을 기대해본다.

 안호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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