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천사의 도시 전주,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신년] 천사의 도시 전주,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 남형진 기자
  • 승인 2020.01.01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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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연말 늦은 오후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주민센터 한켠에 박스가 있으니 가보라’는 말을 남긴 채 자신의 신분도 밝히지 않은 익명의 기부자.

주민센터 직원은 센터 근처 나무 밑에서 작은 박스에 들어있는 돼지 저금통을 발견했고 그속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50여만원 넘는 지폐와 동전이 들어있었다.

얼굴없는 천사의 아름다운 기부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누적된 기부액만도 무려 6억6천여만원에 달한다.

전주시에 천사 바이러스는 얼굴없는 천사로부터 시작돼 현재는 곳곳에서 사랑 나눔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경자년(更子年) 새해를 맞은 전주시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천사의 도시라는 독보적인 존재감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랑이 듬뿍 담긴 엄마의 밥상, 전국 최고 수준의 자원봉사 인구, 전주시복지재단 설립 등 얼굴없는 천사로부터 전파된 사랑 나눔 실천 바이러스는 전주시민들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 시민 가슴에 사랑 바이러스를 심다  

스페인어 ‘천사들’에서 유래된 천사의 도시 Los Angeles 못지않은 ‘천사가’ 전주에도 있다. ‘천사의 마을’ 노송동이다.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은 지난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 70%에 달하고 거주하는 연령층의 25% 이상이 65세 이상인 구도심이다.

이런 마을에 지난 2000년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 온 이후 마을은 점차 천사를 닮기 시작했고 20년이 흐른 지금은 시민들의 마음속에 사랑과 나눔이라는 두 단어가 각인돼 있다.

얼굴없는 천사가 지금까지 기부한 6억6천여만원의 소중한 성금은 전주시내 5천여 세대에 또 다른 사랑 나눔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사람들은 그의 따뜻한 마음을 이어받아 천사의 마을을 가꾸기 시작했다.

전주시도 지난 2011년부터 국토부 도시재생 테스트 베드사업에 참여했고 노송동 주민들은 마을 주민이 똘똘뭉쳐 벽화그리기, 화단조성, 텃밭가꾸기 등 환경개선사업 등을 시작으로 천사마을을 테마로 한 마을 가꾸기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2015년 전주형 공동체 사업인 온누리 공동체 ‘천사길 사람들’을 구성한 주민들은 이후 노송동 천사의 거리를 알리고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자리와 수익 창출 사업을 바탕으로 마을 환경개선과 소외계층 후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천연염색 제품 판매를 위한 주민자립형 협동조합을 창립해 발생한 수익금으로 ‘천사표 이야기 밥상’ 등을 기부해 마을 이름에 걸 맞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천사길 사람들은 이같은 공동체 활성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공동체 한마당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엄마의 밥상, 미래 세대 희망과 꿈을 지원하다

얼굴없는 천사의 사랑 바이러스는 전주시 시정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줬다.

김승수 시장이 민선 6기 첫 결재사업으로 추진, 현재까지 우리 지역 미래 세대들의 희망과 꿈을 지원하고 있는 ‘엄마의 밥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주시와 시민들이 함께 차리는 엄마의 밥상은 단순히 밥을 굶는 우리 지역 아이들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을 넘어서 자존감을 키워주고 감사의 마음을 심어줘 미래 세대 사랑 나눔의 전도사로 성장시키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출발한 엄마의 밥상에는 지금까지 개인과 자생단체, 봉사단체, 동호회 등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8억2천여만원이 넘는 지정 기부(1천553건)가 이어지고 있다.

단손한 급식 지원이 아닌 엄마의 온기가 듬뿍 담긴 보온용기에 매일 새벽 당일 조리한 음식을 등교전에 전해주는 엄마의 밥상은 타 지역에서는 흉내 조차 내지 못하는 전주만의 대표적인 복지 안전망 구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엄마의 밥상은 시민 만족도 조사에서도 전주시 최고의 정책으로 인정받았으며 지역 친화적인 복지 정책으로서 배달에 나서는 인력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엄마의 밥상 지원 대상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커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드리겠다’는 기특한 내용의 손편지를 보내오고 있다.

고사리 손으로 쓴 감사의 편지는 사랑 나눔 바이러스가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전주시복지재단 출범, 시민이 주도하는 나눔문화의 중심

지난해 4월 전주시복지재단 ‘전주사람’이 출범식을 갖고 서로 돕고 서로 나누는 전주형 긴급복지 지원체계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전주사람은 10년간 1004만원을 기부하는 희망1004기부릴레이를 통해 개인이나 기업 등 후원자 발굴에 나서고 있으며 삼삼한 챌린지(3일 안에 3명의 후원자를 월 1만원의 정기후원자로 추천하는 SNS 활용 기부릴레이)로 복지사각지대 지원을 위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갑작스로운 위기나 긴급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들의 생계와 의료, 주거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주사람은 민간 분야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능동적인 위기 사례 발굴에 나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만 20만명 넘은 전주시, 나눔 대표 도시로 자리매김

전주시는 지난해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설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외 계층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19년 전국자원봉사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지난 1988년 자원봉사과를 신설한 전주시는 자원봉사센터 건립과 밥차 장비 구입, 자원봉사 마일리지 최초 운용 등 나눔 사랑 실천에 있어서 선도적인 활동 능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특히 전주시는 전체 인구 65만여명 중 등록된 자원봉사자만도 20만명을 넘고 있다.

전주시민 3명 중 1명은 자원봉사자로 등록이 돼 있는 것으로 전국 248개 광역, 기초단체 가운데 단연 1위다.

또한 전주시 자원봉사의 활동 영역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자원봉사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 총 6개국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해왔으며 다양한 문화 교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지진 등 각종 재난재해 현장에서의 복구 지원 활동을 통해 아픔을 겪고 있는 이웃들의 상처를 달래주는 사랑 나눔 실천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남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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