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의 기대감
인간관계에서의 기대감
  • 채병숙
  • 승인 2019.12.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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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즐거움과 행복을 찾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공한 삶에 있어서 일의 성취 이상으로 좋은 인간관계를 가져야 함이 강조되었고, 자아성찰이나 깨달음 역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더 완성되어 간다고 여겨왔다. 또한 감정의 통로를 통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인간관계에서 생겨나는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고 마음수양을 하는 삶의 자세를 갖고자 하였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서로서로를 향한 비현실적 기대감으로 인하여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해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은 위협을 받고 있다.

 기대감이란 원하는 무엇인가가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라고 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긍정적 기대감에서 활력을 얻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의 기대감은 부정적 의미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왜냐면 인간관계에서는 상대방은 원하지 않음에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이 행동할 것이라는 비현실성을 지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통의 부재하에서 상대방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줄 가능성은 낮으며, 따라서 그 기대감은 충족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그 인간관계에서 갖게 되는 기대가 일시적으로 상당히 충족된다 할지라도 계속 뒤따르는 또다른 기대감이 언젠가는 충족될 수 없게 될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을 때 기대감문제가 발생한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감은 무엇보다도 심리적 문제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인간관계에서 기대를 하는 것은 결국 이미 예정된 미래의 실망이며 심지어 화와 분노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적의를 불러일으킨다 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결국 인간관계에서의 기대감은 분노나 적의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겠다.

 또한 인간관계에서의 기대감이 채워지지 않을 때 그 사회구성원의 관계성은 파괴되고 사회적 자본이 축소되며,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불안감까지도 초래될 가능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사회의 기본단위라 하는 가정에서 자녀에 대한 부모의 비현실적 기대감은 자녀와의 관계성을 위태롭게 하고 자녀의 비전과 잠재력에 위협을 가하게 된다. 부부간의 관계에서도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으면 원망과 가정 불화를 낳게 되며 가정파괴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또한 친구관계, 직장동료와의 관계, 각종 사회단체의 구성원들과의 관계, 더 나아가서는 국가와 국민과의 관계 등에서 비현실적 기대감이 만연할 때 기대불충족으로 인한 실망과 분노가 확산하고 사회적 불안감이 지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자기자신에 대하여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면 자신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심리적 건강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욱더 가중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은 무엇보다도 인간관계에서의 기대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비현실성을 지니는 지나친 기대감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힘든 인간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상대에게 지나친 기대감만 높여줌으로써 결국 실망감과 심지어 분노나 적의까지도 이유없이 받아 겪어야 하는 상태는 아닌가? 이제 우리는 인간관계에서의 비현실적 기대감은 내려놓고 건강한 사회적 지지와 함께 역지사지를 통한 이해를 높여 나가야 하며, 또한 상대에게 불필요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을 지양하는 삶의 자세를 지닐 때, 비로소 나는 물론 우리사회의 건강과 평화를 유지하는 튼튼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채병숙<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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