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는 왜 동지예요?
동지는 왜 동지예요?
  • 진영란
  • 승인 2019.12.26 14:5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에는 화전, 여름에는 단오, 가을에는 추석 재미나고 즐거운 세시를 지내고, 이제 마무리 시간이 되었다.

 “얘들아, 12월 22일이 무슨 날인 줄 알아?”

 “크리스마스는 25일인데?”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우리 1학년 때 팥죽 쑤어 먹었잖아. 그래도 생각 안 나?”“아! 동지요. 동지 팥죽 먹었잖아요. 그 때 완전 망했었는데!”

 아이들은 1학년 때 함께 만들어먹었던 밀가루맛 팥죽을 기억해 낸다. 팥죽을 좋아하지도 않던 중년의 선생이 절기수업을 한다고 찹쌀가루에 물을 덜컥 부었다가 진 반죽을 수습하느라 밀가루를 넣어서 완전 죽이 아니라 풀을 쑤었더랬다. 완전 망한 생에 첫 팥죽이었다. 안 좋은 기억때문인지, 절기보다 방학이 빨라서인지 그 후로 2년은 죽을 끓이지 않았다. 귀찮아서였을 것이다. 올해도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기어이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그런데 웬걸? 겨울공부 이야기하면서 아이들한테 운을 떼긴 했었지만 아이들은 팥죽을 별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그냥 죽은 끓이지 말까?’ 이쯤 되면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옆반 선생님과 야심차게 팥을 3킬로그램이나 사 놓았고, 찹쌀가루도 냉동실에서 해동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죽 끓이기는 쉬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동지에 대해 뭐가 궁금한지 칠판에 적어볼까?”

 이쯤 되면 수업을 안 하고는 못 넘어가겠지 싶다.

 “질문 다 적었으면 조사해보자.” 아이들은 교무실에서 태블릿을 빌려다가 자료 조사를 한다. 이제 나보다 잘 한다. 

 동지의 유래부터, 팥의 효능, 팥죽 끓이는 방법까지 알아서 척척이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를 옛이야기 보따리 책에서 찾아 읽어줬다. 1학년 때 읽었던 그림책이랑 등장인물과 이야기 전개 순서가 조금 다르다. 아이들은 “어? 달걀이 아니라 알밤이었는데?” 다른 부분을 비교하면서 재미있게 듣는다. 율성이는 칠판에 꺼내 놓은 그림책을 펼쳐보면서 다른 점을 찾아보기도 한다. 3학년은 동지에 대해 자료를 찾는 대신 ‘귀신 단단이의 동지팥죽 이야기’ 그림책을 읽으면서 팥죽 이야기를 꺼냈다.

 배움길에서 윤재화선생님이 팥죽 끓이기 시범을 보여주셨고, 마침 텔레비전에서 전주 남문시장의 팥죽명인의 팥죽 비법을 시청했다. 그래서 팥죽의 생명, 새알심을 먼저 빚어보았다. 준성이가 가장 관심을 보인다. 남자 아이들 몇몇은 느낌이 좋다면 계속 가루를 조물락거리기도 한다. 반죽의 무게를 어림해 보기로 했다. 1400그람부터 1680그람까지 어림한다. 반죽 무게는 1504그람이다. 승헌이가 1500그람을 어림해서 가장 근접했다. 1500그람의 반죽을 20명이서 나누려면 몇 그람씩 떼어야할까? 이 계산도 승헌이가 가장 빠르다. 75그람이요! 그래서 전자저울에 75그람씩 무게를 재가면서 나누었다. 아이들은 자기 나이만큼만 만들고 싶었지만 반죽의 양이 많아서 14개에서 15개씩을 만들었다. 새알 하나의 무게가 5그람쯤 된다. “이거 다 먹어야돼요? 그럼 우리 나이 너무 많이 먹잖아요? 선생님은 몇 살이세요? 이 한판을 다 드셔야겠네요!” 나를 놀리기도 하면서 수학공부도 하면서 재미나게 빚었다. 새알심을 하루 정도 상온에서 수분을 날리기로 했다. 그래야 새알심이 쫀득쫀득하단다.

 좋다고 난리다. 덩달아 여기저기서 팥그릇에 손들이 넘실댄다. 실물 팥을 자세히 보더니 참 귀엽단다.

 “선생님, 동지에 하는 놀이는 없어요? 단오 때는 씨름하고, 추석에는 강강술래 하잖아요.”

 “동지에는 말이야. 죽어가는 해를 살려야하니까 엄숙하게 지냈대. 그러니까 이 날은 숨 죽여서 지내야지 막 시끄럽게 하면 부정탄다고 여겼단다. 그리고 음기가 강해서 귀신이 돌아다니니까 집에서 조용히 지냈대.”

 아인이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동지에는 고마운 분들에게 버선을 만들어서 선물로 드렸대. 우리도 고마운 분께 버선모양에데가 편지 써서 드리자.”“책엄마께 고맙다고 써 드려요!”

 아이들이 책엄마와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맛나방에서 팥을 삶았다. 중간에 가스가 떨어져서 휴대용 버너와 인덕션에 옮겨서 삶았다. 힘들었다. 대량으로는 처음 끓여보는 것이라서 물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영양사선생님이 오셔서 이것저것 도와주셔서 팥죽 맛을 낼 수 있었다.

 “이거 언제 먹을 거예요? 오늘 급식에서 팥죽 나오는 거 알죠? 점심 시간 전에 드시면 안 돼요!” 영양사선생님의 지당하신 으름장 덕분에 우리는 팥죽을 오후에 먹기로 했다. 어떤 팥죽이 더 맛있을까? 아이들은 당연히 급식을 맛있을 거란다.

 5교시가 시작되었다. 1학년이 만든 어묵꼬지가 먼저 차려졌다. 아이들은 어묵 국물을 먹고, 그 그릇에 팥죽을 담아 먹었다. 팥죽은 싫어하지만 자기들이 만든 새알심은 먹겠다고 줄을 선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팥죽도 직접 쑤라고 할 것을....내년부터는 조금 더 시간을 여유 있게 계획해서 아이들이 직접 팥죽을 쑤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팥죽은 맛있었다. 아이들이 서로 새알심을 찾아서 나는 새알심을 한 개밖에 못 먹었다. ‘나도 팥은 싫어하지만 새알심은 좋아한단말야. 너희들처럼! 아, 아쉽다!’

 팥죽을 너무 열심히 끓이느라고 정작 팥죽 사진도 못 찍었다. 팥 2킬로그람으로 학교가 잔치분위기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새알심을 하루 전에 만들어 둔 건 신의 한수였다. 내년엔 팥죽을 더 잘 끓일 수 있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윤진한 2019-12-26 20:33:25
동지(冬至)! 사전적으로는 24절기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가장 무난하겠지요. 이 날 북반구에서는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날인데, 체감온도등 바깥날씨와 별개로 낮(陽에 속함)이 가장 짧은 날이라, 밤(陰에 속함)이 가장 긴 측면에서 겨울이(冬) 최고수준에 이르렀다(至)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윤진한 2019-12-26 20:12:21
유교문화권의 24절기인 동지(冬至).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동지날에는 한국인들이 팥죽을 먹는 날로 유명.팥죽을 먹어야 나이 한살 더 먹는 날.또 새해 달력 선물도 많이 하는 절기. 가을 절기인 유교 명절 중양절의 국화철, 유교문화 24절기인 상강 전후의 단풍철, 겨울절기인 입동.소설의 김장철, 몸보신을 위해 따뜻한 음식과 간식을 많이 먹고 여러가지 빙상놀이를 하기 시작하는 대설에 이어 동지입니다.한국은 수천년간 세계종교 유교나라. 해방후 유교국 조선.대한제국 최고대학 지위는 성균관대로 계승.Royal 성균관대.세계사 반영시 교황 윤허 서강대도 성대 다음 국제관습법상 학벌이 높고 좋은 예우 Royal대학. 서울대는 주권.학벌없음.http://blog.daum.net/macmaca/2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