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어머니
대통령의 어머니
  • 전춘성
  • 승인 2019.12.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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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다. 금년에도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받은 뉴스가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다. 그 어머니가 지난 10월 말에 소천하면서 큰 가르침을 남기셨다. 문 대통령의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낡고 오래된 병원 6인실에 계셨단다. 병원 의사도 그분이 대통령의 어머니신 줄 몰랐단다.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법한 이야기가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현직 대통령의 모친상이 최초라고 한다.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는 사연이다. 문 대통령의 어머니 이야기를 접하면서 오래전에 학창시절에 읽은 책 한 토막이 떠올랐다.

 아들이 대통령이 되자 동네 사람들이 모여와 그 어머니에게 축하인사를 한다. “이제부터 힘든 일은 그만 하십시오. 이제 집안일은 하인들에게 시키고 편하게 지내십시오.” 그러자 그 어머니가 말했다. “무슨 말입니까? 이제부터는 더 많은 일을 해 남을 도와야지요. 대통령의 어머니라고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됩니다. 그러면 하느님을 뵐 면목이 없어집니다.”그러고는 아들이 대통령이 되기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했고 더 가난하게 살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런 어머니를 보고 ‘대통령보다 더 훌륭한 어머니’라고 불렀다. 바로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어머니 ‘메리 보올’여사의 이야기다.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어머니와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는 모두 자식의 지위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과 함께 사람 속에서 살아온 것이다. 그 어떤 특권을 바라지도 누리지도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저서 ‘운명’에서 “어머니가 끄는 연탄 리어카를 뒤에서 밀면서 자립심을 배웠다”며 “가난 속에서도 돈을 최고로 여기지 않게 한 어머니의 가르침은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의 별세소식을 전하면서 “북한 흥남출신인 어머니는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셨고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라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드렸을지 몰라도 불효가 훨씬 많았다.”고 하며 “마지막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다.”라고 회한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부모에 대한 회한과 죄스러움은 대통령을 떠나서 그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안읍으로 승격되기 전 마지막 진안면장을 하셨던 아버지는 평소 사람을 좋아하시어 살아생전 평생 동안 집으로 사람을 불러 들이셨다. 어머니는 묵묵하게 그 많은 손님들을 위해 손수 음식을 장만하시어 식사 대접을 하셨다. 모두들 어머니의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아마도 어머니의 정성과 수고로움에 대한 인사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머니가 곧 94세를 맞이하신다.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효도는 머리와 이론으로 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도 효도를 못했다고 반성하고 있다. 함박눈이 내리기 전에 어머니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뵈러 찾아가야겠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대통령의 어머니보다 더 마음이 포근하고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전춘성  (전 진안군 행정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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