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정당방위인가…취객 제압하다 상해 입힌 소방관 ‘유죄’
어디까지 정당방위인가…취객 제압하다 상해 입힌 소방관 ‘유죄’
  • 양병웅 기자
  • 승인 2019.12.24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사와 관련 없음. 전북도민일보 DB.
기사와 관련 없음. 전북도민일보 DB.

 “정당방위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맞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최근 폭력을 행사하려는 취객을 제압하다가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소방관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유죄가 인정되면서 공권력 행사 시 정당방위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인권 보호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엇갈린 주장을 두고 관심이 집중됐던 만큼 소방관과 경찰관 등은 일각을 다투는 치안 현장에서 소극적인 대응으로 인한 치안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25일 전주지법은 “‘구급대원 과잉대응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지난 23일 전주지법에서 심리로 열렸다”면서 “배심원의 평결에 따라 피고인 소방관 A(34)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에는 총 7명의 배심원이 재판부와 함께 이 사건 실체를 놓고 유죄와 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15시간이 넘도록 공방을 이어간 끝에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이번 사건은 현직 소방관인 A(34)씨가 지난해 9월 19일 정읍시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술에 취해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주취자 B(50)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전치 6주간의 부상(발목 골절 등)을 입힌 사안이다.

 사건 당시 술을 마신 B씨는 A씨에게 “대학병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고, A씨는 “가까운 지역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격분한 B씨가 욕설과 함께 A씨를 때릴 듯이 위협했고, A씨는 B씨를 뒤에서 목을 잡고 넘어뜨려 부상을 입혔다.

 검찰 측은 바디캠·인근 CCTV 영상을 통해 A씨의 말과 행동 등 B씨에 대한 과도한 대응 수위를 문제 삼았다.

 몸싸움 이후 B씨가 인근 길거리에 앉아 발 부위를 어루만지는 등 불편함을 드러내는 장면을 제시해 제압 행위와 골절과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또한 A씨가 웃는 모습과 동료 소방관들이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을 말리는 모습을 보인 점 등을 분석해 A씨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잉행위를 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A씨 변호인 측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시종일관 격한 욕과 폭력을 행사한 점,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발목 골절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무죄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일선 소방관들은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오롯이 국민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내 일선 한 소방관은 “애초 소방관,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마인드 자체가 문제인 것 아니냐”면서 “갑질 민원으로부터 공권력이 맞고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마련과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병웅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