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위장약 그리고 당뇨병치료제까지 확산되는 발암물질 공포
고혈압약, 위장약 그리고 당뇨병치료제까지 확산되는 발암물질 공포
  • 김형준
  • 승인 2019.12.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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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고혈압약 ‘발사르탄’과 올해는 위장약 ‘라니티딘’(잔O으로 유명한)·‘니자티딘’에 이어 외국이긴 하지만 당뇨병 치료제 성분인 ‘메트포르민’에서도 발암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연달아 검출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태가 이러다 보니 문제가 된 고혈압, 위궤양, 당뇨병 치료제뿐만 아니라 다른 의약품에서도 NDMA가 검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와 함께, 모든 의약품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치료제중 가장 기본이 되는 약으로 싱가포르 보건당국이 지난 4일 싱가포르에서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함유 의약품 46개 중 3개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돼 회수한다고 발표했다. 다행이 한국 식약처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회수되는 완제품과 동일한 제품은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사전 안전관리 차원에서 메트포르민 함유 의약품에 대해 사용 원료의 제조원에 대한 계통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에 메트포르민 함유 약제는 138개 제약사에서 640개 품목이나 제조. 유통하고 있고, 국내 당뇨병 환자의 약 80%인 240만 명이 복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마땅한 대체 약물도 없는 만큼 발암물질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다면 그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일부 전문가는 NDMA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부풀러져 있다고 설명하고 NDMA의 암 발생 위험성보다는 갑작스럽게 약물을 중단하면서 당뇨나 고혈압이 급격히 악화되어 나타나는 위험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대응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잠재적 발암물질 2A급(동물에서는 발암성이 입증됐으나, 사람에서는 근거가 불충분함)으로 규정한 물질로서 장기간 섭취하면 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까지 사람에게서 암 발생이 확인된 물질은 아니다. 실제 NDMA는 자연적으로도 음식이나 공기, 물, 화장품을 통해서도 인체에 미량 유입된다. 참고로 WHO의 1군 발암물질(사람에서도 발암성이 입증된 것)에는 담배, 술, 햇볕, 미세먼지, 가공육(햄, 베이컨) 등이 있음을 볼 때 인류는 발암물질에 대한 완전한 노출을 피할 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식약처가 정한 NDMA 허용 기준은 하루 0.96ng으로 날마다 70년을 노출됐을 때 10만 명당 1명의 암 발생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양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정상 성인이 날마다 소시지, 햄처럼 가공육 등을 통해 노출되는 NDMA 양이 무려 허용기준의 약 300배로 이미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좋든 싫든 NDMA에 충분이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의약품들에서 검출된 NDMA 양은 하루 허용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극히 미량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이번에 문제가 된 약물에서 검출된 NDMA는 사람에게 암 발생하는 지도 확실치 않지만, 음식을 통해서는 이미 더 많은 양이 섭취되는 것으로 함유량이 하루 허용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아무튼 약물에는 포함되면 안 되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한편 NDMA가 발견된 의약품을 유형 별로 살펴보면 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과 니자티딘은 화학 분자구조가 NDMA와 유사해 복용 시 일부의 확률만큼 자연발생적으로 NDMA가 검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어 원재료나 제약회사별 상품과 상관없이 모든 제품이 전면 사용 중지가 되었다. 그러나 발사르탄과 메트포르민은 화학 구조와는 상관없어 전문가들은 약물 합성 과정에서 산화된 불순물로 NDMA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문제가 된 회사들의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약물 성분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하면 라니티딘이나 니자티딘은 약물 성분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발사르탄이나 메트포르민은 일부 제품에 불순물이 들어간 것으로 약물 성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먹어온 약물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만큼 사실상 그렇게 공포스러운 내용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식약처와 대한당뇨병학회는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치료제로서 질병 치료를 위해 지속적인 복약은 매우 중요하며, 식약처의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메트포르민 함유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의사 또는 약사와 상담 없이 자의적으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에 미량이라도 발암물질이 함유되는 것은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을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를 위한 낮은 확률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나치게 침소봉대하여 지금 당장 암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지나친 공포를 가지는 것 또한 결코 올바른 태도는 아닐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은 갑작스런 약물이나 치료 중단이 주는 피해가 훨씬 클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끝으로 정부와 식약처는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발 빠른 대처로 좀 더 정확하고 안전한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형준 / 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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