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어디로 갈지는 선거에 달려있다
정치가 어디로 갈지는 선거에 달려있다
  • 채수찬
  • 승인 2019.12.23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두고 시끄럽던 영국 정치가 진정되어 가고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보수당에 힘을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하원은 기소하고 상원은 판결하는 게미국의 탄핵 제도인데,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상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으니, 일단 기소되고 결국 무죄 판결이 나올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결과다. 탄핵은 선거를 통하지 않고 대통령을 바꾸는 절차지만, 탄핵 결정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자신들의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유권자들의 생각에 따라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행위에 대한 위법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적 판단의 문제가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판단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어디서나 정치가 모든 걸 결정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 아래에서는 선거가 모든 걸 결정한다. 선거는 공직후보자를 정하는 절차지만 본질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유권자는 후보자에 투표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후보자가 표방하는 정책 묶음에 투표한다.

 선거는 게임이다. 선거의 규칙이 선거의 결과를 좌우한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게 게임이기 때문에 어떤 규칙을 쓰든 모든 유권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평균적 유권자가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평균적 유권자보다는 어느 쪽이든 한 쪽으로 더 치우친 결과가 나오는 게 현재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유지하고 있는 선거제도에서 나오는 결과인 것 같다.

 민주주의는 유권자에 달려있다. 유권자의 의사와 선거결과를 연결시키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유권자들은 당연히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하지만, 선거 결과를 보면 이해관계를 넘어선 공동체의 의지가 표출되는 측면도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유권자들이 이를 의식하는 것인지 무의식 중에 그렇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18세기 중반에 장 자끄 루소가 ‘사회적 계약’에서 말한 유권자의 ‘일반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국의 정치가 그동안 혼란스러웠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럽연합탈퇴를 밀고 나가는 보수당을 지지함으로써, 영국민의 일반의지가 역사적으로 독립적 주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는 소외된 백인 저소득층의 절대적 지지를 업고 ‘우파적’ 정책을추진하였으며, 대외적으로는 국제정치를 흔들어 미국에 유리한 새로운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규범에서 벗어나는 껄끄러운 행동을 계속하여 탄핵기소에 이르게 되었다. 유권자들이 이만하면 됐으니 시끄러운 트럼프는 이제 그만 물러나라고 할지, 아니면 우당탕퉁탕 계속 더 싸워주길 원하는지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이 대안적인 중도 후보를 내세울 수 있느냐도 관건으로 보인다.

 한국의 정치도 내년 국회선거를 앞두고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전 정권의 탄핵이라는 큰 파도를 타고 정권을 맡게 된 현 정부는 경제정책을 비롯 국정운영 능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정치적 감각으로 이슈를 만들고 대응해 나가고 있어 튼튼한 지지층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야당은 분열되어 있고 이를 한데 뭉치게 할 지도자도 없어 ‘중도적’ 대안 세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선거에서 현 정부가 싫은 사람들과 보수 야당이 싫은 사람들 사이에서 양극화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치가 중요하다. 공동체의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어디로 갈지는 선거에 달려 있다. 불완전한 선거제도 때문에 결과가 늘 바람직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디로든 방향을 정해 함께 가야하는 게 공동체의 숙명이다.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