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보내며 세월의 파도앞에서
또 한해를 보내며 세월의 파도앞에서
  • 이기전
  • 승인 2019.12.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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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의 흐름만큼 무서운 게 없다.

 최근 시내 전시장에 작품을 둘러 보던중 갤러리 에서 한 사람을 스치면서 너무 오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서울 올라가 살다 내려 왔으니 옛적 친구들과의 인연이 귀한 터 통 연락도 왕래도 없었으므로 까맣게 잊고 있었음이다. 기억하기를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고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었으니 화가로서 본능적으로 그려지는 그 시절의 그의 모습이 그려질 수 밖에 틀림 없는 그 얼굴 그 친구이다! 서로 등지고 작품 감상을 하면서 계속 그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다. 그 친구는 나를 당연히 몰라 봤고 무관심한 상태로 작품 감상중 이다.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전제로 모습을 그려 보자니 어쩌면 저렇게 변했는지 반백의 머리털은 절반이상 빠져 버렸고 이마가 정수리영역까지 침범해 있다. 손에는 서류봉투에 책가지가 들어 있는걸 보니 옛날에도 책을 좋아하고 글씨쓰기를 좋아했던 범생이 모습으로도 기억이 난다. 조금 다가가서 얼굴 옆면을 살펴보니 약간 거무스름하고 번들거렸던 피부가 깊고 가는 주름으로 무심한 세월을 원망하듯 지난시간들을 얘기 하고 있다. 이제 확인을 해보자 나 누구인데 기억 하시는가? 했는데 몹시 서먹한 표정 순간 그 친구가 아니면 어쩌나!이름과 내모습이 일치가 되지 않는 듯 한참 살피는 중 기억을 돕기 위해 내 별명을 대었더니 바로 소통이 되어 40여년 동안의 일들을 간추려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중 입을 바라보니 그 싱싱한 하얀 이가 많이 얼그러지고 망가진 치아가 이제는 입 맞추기를 원하는 여인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정년퇴직을 하고 풍남문 근처에 어딘지 대략 알 것 같은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60대중반의 그 친구를 바라보며 내모습도 역시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변해버렸다는 생각에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세월의 파도에 밀리고 부딪치며 잘 못 알아보게 변해버린 지금

 어느덧 시간이 흘러 갔고 가고 있으니!

 불현 듯 생각난 정신 차림! 이렇게 시간만 흘러 보내다가 결국 제대로 된 작품하나 못 남기는건 아닌가? 욕심만 앞서 이런 저런 수많은 작품들을 그렸고 창작이랍시고 한없이 밑그림을 그려 대지만 속 시원한 물건하나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다.

 불안 하기도 하고 초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바로 어제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선배작가 한분이 찾아 오셨는데 웃는 얼굴에 수심 가득함이 감춰지지 않고 있었다. 평소 술을 워낙 사랑하시는 분이라 오늘도 한잔하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내 맘도 설레였는데 행복한세상 이제 다 살았네! 하면서 한숨을 품쉬시는 것이다. 건강검진 결과 금주령이 내려졌고 낼모래 수술일정이 잡혀있다고 하신다 그리 중증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에 건강하게만 보였던 분이라 안타까움이 앞선다. 내년 가을 평생 그려온 그림으로 개인전 일정이 잡혀 있기에 수술을 잘 마치고 원상회복되어 작업에 몰두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이다.

 2019년을 보내면서 돌연한 사고나 크고 작은 일들로 마음아파하는 일들이 어디 하나 둘 뿐 이었겠는가

 시작한 일들을 어찌한들 완벽하게 끝내지 못하고 가버리는 것이 인생이라는 그 진리를 알고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데 완성을 해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겠다. “미완성 교향곡”을 들으며 허락된 하루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심신 건강하고 현명한 사람으로 살아가자.

 
 이기전 <전주현대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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