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MC 송해의 ‘사람 존중의 따뜻한 사회’를 소망한다
국민 MC 송해의 ‘사람 존중의 따뜻한 사회’를 소망한다
  • 무울 송일섭
  • 승인 2019.12.19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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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해 선생은 세상이 인정해주는 국민 MC다. 그의 털털한 외모에 구수한 입담은 늘 우리들에게 웃음꽃을 피게 한다. 게다가 포근하게 출연자들을 감싸 안은 진행방식은 그들을 긴장감으로부터 한순간에 벗어나게 한다. 송해 선생은 1927년에 태어났으니 현재 나이 92세다. 며칠만 되면 93세가 된다. 그에게서는 ‘나이’라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도, 젊은이들도, 어른들도 모두가 다 그냥 친구일 뿐이다. 대부분 나이가 많아지면 감각이 떨어지고 사고가 유형화되어 있어서 답답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런데도 그는 그렇지 않다. 전국노래자랑의 최장수 진행자로서 나이가 들수록 펜들이 그를 환호하고 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나이만큼 엄정한 것도 없다고 한다. 나이는 사람들의 어제와 오늘을 분명하게 일깨워 주고, 내일은 달라질 것이라는 직접적인 깨달음을 준다. 그런데도 송해 선생에게서 나이를 느끼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라 해서 인생의 희로애락이 없었겠는가.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에 사로잡혔으며, 해마다 명절이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 마르지 않은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우리들에게 따뜻하게 다가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몇 해 전에 조선일보 김수혜 기자는 “시작은 B급, 환갑 넘어 벌떡 일어선 못 말리는 에너자이저(energizer)(2013-08-07)”라는 기사를 통해 그의 삶을 조명한 바 있었다. 그 뒤로도 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모습은 지금도 그때 그대로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65세 이상의 노년층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학자들은 2026년이면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상회하여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유아 출생이 줄고, 노인층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고 동력이 떨어지면 누구라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사는 날까지는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살기를 소망한다. 이런 관점에서 송해 선생의 삶과 활동을 살펴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몇 가지 힌트를 얻게 된다.

 왕성한 사회 활동을 했거나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사람들은 상당한 수준의 자기 자만에 빠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송해 선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고향 해주에서 군함을 타고 피난 나온 이래 악극단을 돌며 잔뼈가 굵었다. 기라성 같은 선배나 동료들에게 가려 있었던 세월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겸손했고 열심히 했다. 그는 누구도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이나 경험이 많을수록 무대를 혼자 즐기려는 이기심이 강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송해 선생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는 출연자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은 진행자라는 점이다. 출연자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하여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배려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긴장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런데 송해 선생은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로 말문을 트게 하고, 마침내는 자신감을 가지고 무대에 서도록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해 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었다. 전국 순회공연을 하다 보면 사연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가족을 불러내서 함께 무엇을 하게 하고, 새로운 것에 경험하게 한다. 이를테면, 다문화 가족이 출연했을 때 고국의 부모에게 영상편지를 쓰게 하여 무대를 훈훈하게 달궈낸 일 등이다. 출연자들이 지방 특산물을 가져왔을 때 그의 반응을 보시라. 새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그것에 대한 만족감을 잘 표현해 낸다. 카메라맨이나 악단의 누구라도 불러내어 웃음과 음식을 나누기도 하면서 공감을 끝없이 확장해 낸다. 나이 들수록 공감을 잘 해야 한다고 한다. 공감이야말로 새로운 힘을 얻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그는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사랑이 많다는 것이다. 악단이나 스텝들과도 무시로 잘 소통하고, 때로는 술자리에서 흉과 허물을 털어놓으면서 넉넉한 소통의 물꼬를 낸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는 꼬마 출연자에서부터 젊은이들, 그리고 노인들에게 이르기까지 모두를 다정한 이웃으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에 왜 하필 송해 선생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사람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내가 만나는, 우리가 만나야 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틀어지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따뜻하고 꿈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 내가 남으로부터 대우받기를 바라듯이 나 또한 상대를 대우해주고 고무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새해에는 더 따뜻해지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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