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커피
  • 박종완
  • 승인 2019.12.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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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마다 목 좋은 네거리 코너에 들어서있는 커피전문점들을 보노라면, 조선후기 한양 상인들을 잔꾀로 속여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할리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커피빈, 이디야 등 수많은 가게들마다 점심값보다 더 비싼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삼삼오오 길게 줄을 지어 있으니 말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 농촌에서 식사 후에는 의례히 어머님께서 가마솥에서 끓여주시는 구수하고 미지근한 숭늉 한사발이 제격이었는데, 어느새 산업의 고속성장과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카페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숭늉 대신에 커피의 맛과 향이 사람들을 사로잡아버린 듯하다.

 친구를 만나거나 연인을 만날 때는 물론 비즈니스를 위해 거래처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이제는 카페에서의 한 잔의 커피가 아니고서는 달리 특별한 공간도 방법도 없을듯하다.

 예전에도 선을 보거나 중요한 만남을 위해서는 분위기 좋은 다방을 찾곤 했는데 특히나 음악다방 유명디제이는 요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로 많은 여학생들의 마음을 빼앗기도 했었다.

 농촌의 다방풍경은 좀 특이했었는데 연세 많은 주인장은 가게를 지키고 영업은 젊은 아가씨 한 둘이 커피와 프림, 설탕이 들어 있는 3개의 병과 보온병을 보자기에 싸매어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방네 배달을 다녔었다. 한때 읍내에는 별 다방, 은하수다방 등 십여 개의 다방이 우후죽순 성업 중이었는데 아가씨들의 영업능력에 따라 매상이 천지차이였다고 한다.

 특히나 추운겨울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 초조하게 일거리를 구하는 사람들과 차디찬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시장상인들에게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자판기 커피 한잔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기도 했었다.

 요즘엔 커피 없이는 단 하루도 견딜 수 없다는 사람들이 늘고 단지 원하는 커피의 맛과 향을 느끼기 위해 해외여행까지 떠난다고 할 정도이니 바야흐로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국민기호식품이 되어버린 듯하다.

 더구나 적당 양의 커피는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카페인 성분은 뇌를 자극하여 신체에 활력을 되찾아 준다고 하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게 되지 않았나 싶다.

 심지어 애호가들은 원두의 종류와 제조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인 커피의 맛과 향을 구분할 수 있다는데, 달달한 양촌리 믹스커피 밖에 모르는 필자로서는 아직도 쓰디 쓴 에스프레소를 왜 마시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아무튼 커피는 물 다음으로 전 국민이 선호하는 기호식품 제일의 자리를 차지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커피도 과하면 수분부족, 수면장애, 유산위험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하니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제일이라 하겠다.

 최근 대형커피전문점은 카페인지 제과점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먹을거리와 마실 거리를 갖추고, 각양각색의 고객유치를 위해 자체브랜드의 다이어리 등을 제작하거나 유명 캐릭터와 연계하여 새로운 볼거리와 놀 거리 상품개발과 영업 전략으로 매출증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요즘처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관련 산업이 급속하게 팽창함으로써 역세권이란 말 대신에 스세권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유명커피전문점 하나가 그 지역의 유동인구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하고 새로운 상권을 만들기도 한다니 가히 유명커피브랜드의 위력은 대단하다 할 것이다.

 더구나 유명호텔에서 특정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몇 만원을 지불하기도 한다니, 단순히 커피를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팔고 문화를 마시는 것은 아닐까 싶다.

 마음도 날씨도 춥고 바빠지는 12월! 독자 분들께서도 각자 좋아하는 커피한잔과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는 해를 잘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박종완 / 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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