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허장성세와 세계의 불안
트럼프의 허장성세와 세계의 불안
  • 이정덕
  • 승인 2019.12.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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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갈등과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풍과 변덕으로 많은 나라들과 갈등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수시로 경제보복이나 무력보복으로 위협하면서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맹국들의 불안도 심해지고 있다. 유럽에 미군주둔비를 증액시키고 군사예산을 늘리고 무역흑자를 축소시키라며 계속 압박하면서 유럽과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때문에 NATO가 뇌사상태라고 표현했다. 즉, 미국과 서유럽의 동맹이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12월 초 영국에서 개최된 나토 7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서구정상들로부터 왕따를 당하였다. 캐나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정상이 트럼프에 대한 잡담을 하며 흉을 본 것이 방송되자 트럼프는 일정을 단축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에 돌아와서 유럽이 국방비와 나토지원비를 늘리게 만들었다면서 자신의 위대한 승리라고 선전하고 있다. 미국으로 귀국한 다음 날인 지난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는 “나의 나토 출장 기간 동안 미국을 위한 엄청난 일들이 달성됐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자랑스럽게도 그 어떤 대통령도 이토록 짧은 기간 안에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허풍에는 1945년 이래로 세계를 지배해온 미국의 초조함이 묻어난다. 미국의 대부분의 제조업은 1960년대부터 독일, 일본, 한국, 중국에 밀리기 시작하여 이제 회복불능사태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은 세계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과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금융, 문화산업, 지식산업, IT, 플랫폼경제에 집중하여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지만, 워낙 제조업이 열악하여 안정적 일자리는 줄어들고 무역적자는 계속 쌓이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트럼프는 그 동안 미국의 주도하에 세계가 합의해 쌓아온 WTO의 자유무역체제를 무너뜨리고 미국에 유리한 세계경제체제를 강제적으로 관철시키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나름대로의 합의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여 미국에 유리하게 바꾸면서 세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 것으로, 이제까지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자신만이 하고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지위에서 밀려나 초조한 미국 백인들이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에 미군의 주둔비를 용병수준으로 올리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미군 축소나 무역보복을 언급하고 있다. 주둔국의 입장에서 모든 비용을 다 지불하면 이는 동맹이 아니라 용병이다. 모든 비용을 부담하면 비용 지출자가 마음대로 해당 군대를 움직여야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은 해당국이 모든 미군 비용을 부담하되 해당국가가 미국의 전략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동맹이 아니라 힘의 우위를 통한 협박에 가깝다.

 세계 최고 강대국인 미국이 세계를 노골적인 강요와 협박으로 이끌어가면서 세계의 불안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힘이 무서워 개별적으로는 트럼프대통령에게 열심히 아첨하지만 뒤에서는 욕하며 불안에 떠는 나라들이 많다. 트럼프가 어떤 식으로 군사력이나 무역보복을 행사할지 또는 군사정책이나 무역정책을 바꿔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가 트럼프의 입만 바라보며 일희일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 기간으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이후에도 계속될지 걱정된다. 미국의 상황도 그만큼 안 좋고, 한국의 피해도 매우 막심하기 때문이다.

 

이정덕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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