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서학동, 예술인 마을의 미래
전주시 서학동, 예술인 마을의 미래
  • 김우영
  • 승인 2019.12.16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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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시 서학동에 전주교대가 자리 잡은 것은 1923년 전북사범학교 시절부터이니, 어느덧 96년의 세월이 지났다. 전주교대가 전북사범학교 시절부터 서학동에 터를 잡은 것은 아마도 우연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학동이 가지는 공간적 환경과 지리적 위치는 전주교대의 역사와 전통에서 회자되고 있는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풍부하게 해 주고 있다.

  전주교대가 위치한 지역은 예로부터 지명처럼 학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왔다. 전주천 옆 한벽당 근처에 전주의 명물인 오모가리 탕 집이 한데 모이게 된 것은 전주천에서 많은 민물고기가 잡혔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전주천에는 지금도 여러 종류의 민물고기가 많아, 실제로 학들이 서식하기 좋은 장소였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서학동은 풍수지리적 해석에서도 학과 관계가 깊다. 공수내골에서 흑석골로 접어드는 지점에서 기린봉 쪽을 바라보면, 남고산 쪽으로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평화동 쪽을 보면 학산의 학봉이 보이고 또한 학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풍수지리적으로 보면 서학동은 두 마리의 학이 날개를 펴고 서 있는 형국을 하고 있어, 학이 사는 마을로 이름 지어 졌다고도 한다.

  전주교대가 위치한 곳을 학이 사는 곳의 중심으로, 특히 상서로운 새로서 황학이 서식하는 곳으로 간주하여, 황학지소로 부르고 있다. 전주교대의 상징이 황학이 된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학이 모여, 서식하는 서학동에 자리한 전주교대가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중심 대학으로 그 역사에 있어 가장 오래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서학동 앞을 흐르는 전주천 건너 전주향교가 조선시대 공립 교육기관으로 전통을 이어 왔고, 전주향교에 1948년 전북향교재단에 의해 2년제 전주명륜대학이 설립되었고, 현재 전북대학교의 모체가 되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교대 앞 임업시험장 자리에 국립무형유산원이 들어서고, 그 옆에 전주시 무형문화재 전승지원센터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 서학동은 초등교육의 중심지로서만이 아니라 또한 문화예술 교육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서학동은 예술인 마을이라는 다른 이름을 얻었는데, 한옥마을이 활성화되면서, 2000년대 후반부터 전주의 구도심 일대에서 활동하던 문화예술인들이, 한옥마을 일대의 비싼 임대료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전주천을 건너 임대료와 주택 값이 더 저렴한 인접 지역인 서학동으로 이주해 오기 시작하면서이다. 서학동에 하나 둘 모여든 문화예술인들이 낡은 가옥을 고쳐 살며, 작업실과 공방을 내고, 공동 작업도 하고 있다.

  어느덧 서학동이 낡고 허름한 주택가에서 전주의 대표적인 공방과 체험, 전시가 공존하는 예술촌으로 각광을 받으며, 지역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학동 예술인 마을은 도시 재생 사업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 재생을 위한 집중적 투자가 예고되면서, 몇 가지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지금 형성되고 있는 가난한 예술인들의 작업, 전시 공간이 다시 한옥마을처럼,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카페의 거리로 변모하지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전주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각장 극명하게 보여 준 것은 한옥마을에서다. 지금 한옥 마을에 가면 입주 가게들의 변화의 속도는 놀라울 뿐이다. 과거의 맛과 멋, 정취는 찾기 힘들고 매우 낯설어 보인다.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지가와 임대료가 폭등하고, 과거의 공방과 오래된 가게들은 유지하기 힘들어 외곽으로 빠져 나감으로 해서, 본래 전주다운 한옥마을의 정체성이 상실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학동의 예술인 마을은 서학동에 모여든 문화예술인 들이 하나 둘 모여, 낡은 집들을 작업실로, 공방과 체험장으로 그리고 전시공간으로 조금씩 변모시켜온 오래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된다. 도시 재생 사업은 과거의 유산들을 보존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상업화를 위한 개발로 본래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우영 / 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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