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시심(詩心)
교단의 시심(詩心)
  • 김중수
  • 승인 2019.12.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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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2년 6.25전쟁 상흔이 주변 곳곳에 어지럽게 널어져 있던 시절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국어과 J선생님.

 선생님은 매주 월요일이면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교실 칠판에 한국 명시 한 편씩을 써 놓으시고 수업시간이면 그 시를 낭송하시면서 우리에게 암송도 시키셨다.

 그 당시 먼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걸어서 학교를 다녔는데 나 또한 향리 군산 임피에서 익산에 있는 학교까지 매일 등학교 60리 길을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걸어서 다녔다.

 나는 이 등학교 길에서 그 시(詩)를 암송하면서 다녔고, 왠지 암송이 좋아서 수업시간이면 손을 들고 일어나 먼저 암송을 했고 선생님으로부터 칭찬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삭막했던 그 시대 학생들의 정서순화를 위한 선생님의 깊은 뜻이 숨어 있었던 것 같다.

 80 중반을 넘어선 이 나이에도 詩 외우는 버릇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 뒤 학교를 졸업하고 세월이 흘러 나는 모교 생물교사로 돌아왔고 학급 다밈을 하면서 종례시간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함으로써 학급 학생들의 아우성이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30분의 종례시간을 위한 별도의 ‘종례노트’작성은 ‘교과학습지도안’작성과 함깨 내 교직생활의 핵이었고 그 내용은 늘 교과와 연결되어 있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백제시대 박물학에 얽힌 일화, 1815년 나폴레옹이 패배한 워털루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영국으로 돌아와 환호하는 관중 앞에서 외친 웨ㅐㄹ링톤경의 이튼(Eton) 학교 이야기 등. 종례는 詩 낭송으로 끝났던 내 교단생활의 여적(餘滴)은 교단을 떠난지 20여년이 지났어도 어쩌다 졸업생을 만나면 길었던 종례시간이 웃음을 끌어온다.

 끝으로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만 천하의 여성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의 어머니시고 우리나라의 큰 축이십니다. 詩는 우리 마음속의 거울이며 살아있는 영혼입니다. 외출하실때 들고 다니면서 가방 속에 ‘스마트폰’과 함께 ‘시집 한 권’ 넣으시는 여유로움은 어떠실까요”

 

김중수 / 전북교원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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