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노동개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윤진식
  • 승인 2019.12.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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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고 공생하는 노동과 경영’에 대한 해법을 찾는 노력에 더욱 매진하여야 하는 시점이다.

 올 한해도 노동환경은 변화무쌍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라 최근의 일련의 변화는 앞으로 기업을 영위하는 사업주나 근로자 모두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적응해야 하는 그 변화의 시간대에서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삶에서 ‘노동’을 배제하고 살아갈 수 없기에 이러한 노동환경 변화는 노동자나 경영자뿐만 아니라 사회∙국가적으로 가장 민감한 영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때로는 그 이슈로 인하여 화산처럼 분노의 에너지가 분출되기도 하고, 사회가 혼돈의 한복판으로 몰아지기도 한다. 그만큼 노동은 이제 우리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한 것이다.

최근 필자는 상이한 시각의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의 하소연과 노동운동을 하는 노조관계자와의 대화였다. 우선 중소기업 대표는 “도저히 이 상황을 따라 갈 수가 없다. 자고 나면 새로운 제도가 생기고, 밀어붙이는 노동행정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반면 노조관계자는 “현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라고 표방을 하였지만 집권 초기에 반짝 노동개혁이 전부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는 친 자본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동자 입장에서 바라본 노동개혁은 정부가 정권 초기에 최저임금 인상, 52시간제 도입 등 노동개혁이 급피치를 올리며 출발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영계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각종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52시간제도도 시행도 하기 전에 처벌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입장정리를 하고 있고, 현장에서의 불법파견, 최저임금 상승률 둔화 등 과거 정부의 노동정책 수준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같은 상황을 놓고 이처럼 정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막강한 거대자본과 인재를 보유한 대기업은 적응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적응하기에는 아직 그 기본체질이 강화되지 못한 상태이기에 감당하기가 어렵고, 심리적으로 느끼는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특히 상대적으로 한계기업이 많은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전라북도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경영계나 노동계, 어느 한쪽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고 다른 한쪽이 전적으로 잘못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간단한 이슈가 아님은 분명하다. 사실 정부입장에서도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였고, 노동자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정하고 추진하였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촉발된 악화한 경제상황을 마냥 무시하고 개혁정책을 추진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판단하에 그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보니 두루두루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영계의 시각에 충분히 공감이 가나 이제는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빨리 인식하여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기인한 잘못된 노사관의 재정립을 위한 노력, 기업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와 투자, 그리고 생존과 노사상생을 위한 열린 경영 등에 대한 진지한 자기고민과 성찰의 시간들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개선의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성희롱 문제’,‘직장내괴롭힘금지법’등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 제도가 아닌가. 또한 산업안전 분야의 강화된 처벌조항이 기업체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하지만, 노동자의 안전문제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인권의 문제이고, 우리 사회 전체 인간존중의 기본적 권리이기도 하다. 노동계 역시 일시에 모든 것을 개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과거의 경험에서 충분히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과거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인권이 짓밟히고 구겨져도 이를 구제하거나 감싸주는 곳이 많지 않았다. 그때를 생각한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노동개혁은 속도의 문제이지 방향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항상 인생이나 사회나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분명 속도가 아니고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물론 힘들고 지난한 과제가 되겠지만, 노동존중의 사회를 넘어 노동과 경영이 등가의 가치로 존중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사회적 이슈가 모아지기를 기대해본다. 21세기 4차 산업 혁명시대의 거대담론이 펼쳐지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노동’만을 생각하는 범주를 넘어 ‘공존하고 공생하는 노동과 경영’에 대한 해법을 찾는 노력에 더욱 매진하여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땀 흘리는 노동자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노동인권이 존중되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고, 경영자의 고충이 노동자들에게 함께 공유되고 기업혁신을 위하여 함께 머리를 맞대는, 그러한 보람의 일터가 늘어나기를 희망해본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법학박사>  

 발문> ‘공존하고 공생하는 노동과 경영’에 대한 해법을 찾는 노력에 더욱 매진하여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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