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전북 사람이 해야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전북 사람이 해야
  • 장세진
  • 승인 2019.12.09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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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재단) 대표이사 공모에 지원해볼 생각이었다. 적합한 깜냥이냐의 여부를 떠나 서류 제출할 일이 심란하고 면접해낼 것도 번거로워 이내 지원을 포기해버렸지만, 이제 보니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미 이루어졌어야 할 선임은커녕 신문 보도 등 구설에 오른 채 표류하는 재단 대표이사 공모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먼저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재단 대표이사 공모에 대한 구설을 요약해보자. 재단 대표이사 공모에는 모두 8명이 응모했다. 그중 4명이 면접 심사를 통과했다. 그 4명중 2명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복수 후보로 추천했지만, 재단 이사회에서 부결시켰다. 면접 심사 당일 임추위원 7명중 5명만 참석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심사 내용에 지역문화발전에 대한 심사 기준이나 지표가 없다는 점”도 부결 이유다. 임추위원들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복수 후보를 추천했는데 뜬금없는 이유로 이사회가 부결시킨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추위 일부 위원들은 매끄럽지 못한 채용 절차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예컨대 임추위 어느 위원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재단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실망했다”며 “대표이사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재단의 변혁이 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2년 만이라도 공정하고 냉정하게 재단을 이끌어갈 타지역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단 이사회 어느 이사는 “전북 문화예술계에는 인물이 그렇게도 없어서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느냐”며 이는 “자존심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인사는 “안방을 내어주는 꼴”이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려고 공모를 진행했는지, 한심스럽고 쪽팔릴 지경이다. 측근 챙기기라는 비난이 있어도 차라리 대표이사를 임명하는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없어도 될 이런 논란은 재단이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일견 의아한 점이기도 한데, 8명 응모자중 4명은 전북, 나머지 4명은 타지 인사여서다. 복수 후보로 추천된 2명 모두 타지 출신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대표이사를 뽑는데, 왜 타지 인사들이 유력 후보가 되었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결국 절차상 하자 운운은 그냥 하는 말이고 전북 출신이 복수 후보자에 없어 이사회가 부결시킨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일부 임추위원들이 제기한 ‘특정인물 밀어주기 의혹’에 대해 “지역인사가 1명이라도 추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하는 걸 보더라도 자충수로 인해 야기된 논란임을 알게 된다.

  자충수란 다름이 아니다. 대표이사 모집 공고에는 응모자격이 전북 출신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대표이사인데, 기본적으로 타지 인사는 자격 없음이 상식 아닌가! 단적인 예로 전라북도를 발전시킬 역량이 있다면 서울 등 타지 사람이 도지사를 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그러니까 일반의 상식을 뒤엎는 의아스럽고, 잘못된 공모인 것이다.

  더구나 대표이사는 전북도의회의 인사 검증을 거치고, 재단 이사장인 전라북도 도지사가 최종 임명한다. 그런 대표이사 공모에 타지 인사들이 응모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개방한 것부터 잘못이란 얘기다. 전국 나아가 외국을 대상으로 하는 전주국제영화제나 세계소리축제 집행위원장 선임과 다른, 달라야 하는 넌센스의 대표이사 공모의 문호 개방이라 할 수 있다.

  “전북 인물이 대표이사를 맡게될 경우 폭넓은 소통이 가능하지만, 친소 관계에 따라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설사 그렇다해도 전북의 문화관광을 발전시켜 활성화하는데, 지역 사정을 전혀 모르는, 심지어 서울 등지에서 전 가족이 이사해오지 않고 원거리 통근이 우려되는 타지 인사가 재단의 대표이사를 하는게 말이 되나?

  최근 수도권 지역 전북도민회 창립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 호남 향우회 소속에서 ‘탈 호남’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는 전북몫 찾기 운동의 일환이다. 이렇듯 도외(道外)에서의 전북 몫 찾기가 한창인데, 정작 재단 대표이사 공모에선 타지 사람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니 되게 얼떨떨하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대표이사는 전북 사람이 해야 맞다.

 장세진 / 방송·영화·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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