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묘순’의 모정
길고양이 ’묘순’의 모정
  • 김재성
  • 승인 2019.12.08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집에 ’다정’이란 수컷 길고양이와 ’묘순’이라는 암컷 길고양이가 상주하고 있다.

방안으로 들어와 집안의 환영을 받는 다정이에 비해 묘순이는 사료만을 바라보며 항상 집 주위를 어슬렁 거린다.

 사료는 접수하나 사람의 손길은 거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아버지한테 한 꿀밤을 얻어 맞는다. 받기만하고 손길을 거부하니 고얀 심보가 마음에 안들어서다.

 그러나 살아있는 생물이라 끼니를 거르게 할 수 없다며 사료는 하루 세끼 꼬박 내어준다.

 이 묘순이가 올해 두 번의 출산을 했다. 첫번째 늦봄의 출산에서 4마리의 새끼를 낳았으나 전염병인지 뭔지 모를 병에 걸려 모든 새끼를 잃었다. 그리고 10월말에 또 4마리를 낳았다.

 그러나 요 몇일 사이에 새끼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죽어 있어서 묻었다고 한다.

 그리고 엊그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집에 들어가니 부모님이 새끼 두 마리를 거실에 들여 놓았다. 날씨가 추우니 얼어 죽을 것 같다며 들여 놓은 것이다. 그러나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아 묻자 한나절 내내 보이지 않다고 하셨다.

 밤 늦게 2층 내 방으로 가는 길에 묘순이가 새끼를 앞에 두고 울고? 있었다.

 잠시 딴짓 하고 다시 돌아와 보니 새끼를 계단으로 내려보내려 물고 있다가 나를 보고 내려 놓았다. 새끼가 움직이지 않아서 다가가 만져보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제일 약하게 생긴 녀석이라 병들었거나 얼어서 죽은 것 같았다.

 방안에 들여 놓은 새끼 때문에 운 것이 아니라 이녀석 때문에 울었던 것 같았다. 움직이지 않은 제 새끼를 추운 겨울날 밤 따뜻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물고 이리저리 옮겨 다녔던 것 같다.

 이 상황을 어머님께 전했더니 그게 ’모정’이라며 "이 겨울 어찌 날지 모르니 우리집에 있을 동안만이라도 방안에 들여놓을 생각"이라며 묘순이를 불쌍해 하셨다.

 다음날 제 형제가 죽었는지 어땠는지 모른채 나머지 두 마리는 거실에서 이리저리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며 소파 밑으로 숨어 들어가 있고, 묘순이는 밖에 따로 마련해둔 고양이 박스에 들어가 밤을 새고 있다. 부디 겨울을 잘 보내길 바란다. 


김재성 / 전주시 금상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