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융성을 위해서는 낭비도 투자
문화 융성을 위해서는 낭비도 투자
  • 황진
  • 승인 2019.12.05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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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사는 미시적으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빈틈없이 실행해야 하지만 꼭 이것만이 능사는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거시적으로 관망하고 통찰력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어 보는 관점이 개인사나 국사나 세계사에서 필요하다.

 한반도의 역사가, 우리의 현대사가 어느 한때 안온하고 평안한 때가 있었던가. 하지만 우리는 국난을 슬기롭게 해결하여,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함께 이뤄낸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국민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141개국(경제권)의 거시경제 건전성과 금융·노동시장의 효율성, 기업의 혁신도, 인적자원의 우수성 등을 바탕으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이 13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은 경제학자, 기업인, 정치인 등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경제 전망을 논의하는 민간회의체로, 개최 장소의 이름을 딴 ‘다보스 포럼’이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쓰인다.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보통신기술 보급 항목은 전년과 올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인프라 항목도 지난해와 같은 6위로 평가됐다. 또 혁신역량은 지난해 8위에서 올해 6위로, 보건 항목은 19위에서 8위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97.7%로 43개국 중 7번째로 높았다. 또 가계부채 증가속도도 2000~2018년 기간에 연평균 9.8%로 15번째로 빨랐다. 한국 가계의 빚 상환부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얽히고설켜 있는 우리나라의 여러 현안들은 슬기롭게 풀어지리라 생각한다.

 또한 언어 관련 공식적인 통계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총 23개라고 한다. 중국어가 12억8,400만 명으로 사용자가 가장 많았고 이어서 스페인어, 영어, 아랍어 순이었다. 한국어는 남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총 7개국 7,720만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12위를 차지했다. 독일어, 프랑스어보다 앞서는 순위다. 세계 인구 10명 중 1.6명이 한국어를 쓰는 것이다.(국립국어원 자료) 한국어의 위상은 한국의 GDP 순위와 비슷한 상황으로 자리매김 되는데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6천194억 달러로 전 세계 205개국 중 12위를 차지했다. 전년과 순위가 같았다.

 근대화가 진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식민 지배를 받고, 정부수립 후 2년 만에 한국전쟁을 치른 폐허 속에서 피운 너무도 아름다운 꽃들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고 썼듯이 곳간에 쌀이 채워지며 의식과 예절도 갖춰야 할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우리나라의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이 2017년에 등재되었는데 이것은,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일본 에도막부의 초청으로 12회에 걸쳐, 조선국에서 일본국으로 파견되었던 외교사절단에 관한 자료를 총칭하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연원이 깊어서 교류의 역사가 세 배가 넘는다. 그런데 이렇게 파견한 외교사절단의 편성에 정사, 부사, 서장관, 삼사의 연고자로 선정되는 자제군관(子第軍官)이라는 자리가 있다. 말이 삼사의 신변보호이지, 특별한 임무도 없이 데려가면서 국가에서 신분을 보장하고 경비를 부담하여 6개월 정도를 여행시키니 그야말로 금수저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은 것이다. 이 사행단에 속해야만 유일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던 시기에 말이다. 해서 이 자제군관에 속해서 중국여행을 해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라고 밝힌 참가자도 있을 정도였다. 이 자제군관 제도는 일반 백성 청년들은 꿈도 꿔 볼 수 없는 신분차별로써 비합리적인 사안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한중·한일외교사에서 이 자제군관들이 쓴 여행기와 외국인과의 교류기록이 정식 기록인 서장관의 보고서(등록)보다 훨씬 가치 있고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홍대용의 한글연행기 <을병연행록>, <회우록> 같은 금옥 같은 기록들은 바로 이 ‘자제군관’ 제도가 아니었다면 태어날 수 없는 옥동자, 옥동녀들이다.

 혹자는 그래도 ‘기회의 균등’을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자제군관에 발탁된 이들은 당대 최고의 문사였다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말을 타고 혹한과 혹서에 압록강을 건너 만주벌판을 달리고 한데 잠을 자면서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쓰며, 주제별로 다시 편집하여 책을 엮어낸 그분들의 열의에 존경을 바치게 된다. 말안장에 가는 붓 세 자루와 작은 벼루를 매달고 달리면서 그 자세한 묘사와 세계정세를 꿰뚫는 혜안이라니.

 중국과 관련된 수많은 사행록이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어 한중교류사가 좀 더 소상히 밝혀지고, 우리나라의 문화위상이 한층 격상되기를 기대하는 아침이다. 중국과 중국인을 더욱 탐문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며.

 황진<더불어민주당 군산 혁신성장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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