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을 엮으면서
문집을 엮으면서
  • 박성욱
  • 승인 2019.12.05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년 농사 곳간에 쟁이기

1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한 삶을 엮고 있다. 올해는 구이초에서 5년차 마지막 해여서 더욱 정성을 쏟은 것 같다. 배움과 삶이 하나되고 실천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었다. 그래서 몸으로 경험하고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끼고 새기는 체험학습을 많이 했다. 꽃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자세히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리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리고 꽃을 보면서 각자 자신들의 생활과 연결시키고 느껴지는 것들을 정리해서 시를 쓰게 했다. 이제껏 아이들은 그토록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 본적이 없다고 했다. 한 편 한 편 보석처럼 빛나는 작품이 되었다. 학습발표회 때 작게나마 전시를 했다. 그런데 그 파장은 참 컸다. 아이들의 시화는 많이 사람들에게 한 줄 눈물로 읽혀졌다. 아이들에게 평생 간직할 선물을 주고 싶어서 예쁘게 찍은 사진과 함께 문집으로 엮는 중이다. 농부가 1년 동안 애쓰고 수고한 작물을 수확하고 곳간에 들이듯이 아이들 삶이 깊이 베어있는 작품들을 문집에 넣고 있다. 그러면서 나도 생각을 정리해 본다. 그리고 아이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러다가 예은이 시를 읽게 되었다. 내 마음도 예은이 시와 연결되고 있었다.

 

 

 <문집을 엮으면서>  나를 알고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 탐구다.

 

 자세히 사랑스럽게 관찰하고

 자기 생활과 연결하고

 마음으로 품어라

 

 시는 이렇게 쓰여졌습니다.

 

 서로 마음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순수와 애정으로

 누군가의 진심에 깊이 들어가 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그 떨리는 마음을

 잔잔해진 마음 고요한 평화 속에서

 아이들은 한 마디 보석같은 진짜 속 마음을 말했습니다.

 구슬 하나가 또르르 굴러나왔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굴러나왔습니다.

 

 굴러나온 마음 구슬을 하나하나 모았더니 시가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몰랐습니다.

 우리들 속에 그토록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들이 알알이 박혀있었다는 사실을

 

 

 <상사화>   안예은

 

 벌써 가버렸다

 우아하고 수수한 꽃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예뻐해 줄 걸

 사진처럼 자세하게 그려도 보고 시도 써 둘 걸

 

 친한 친구도

 호주 목사님도

 너무 빨리 이별을 했다

 

 고마운 사람

 보고싶은 사람

 아쉬움도 후회도 내 성장 시간도

 마음에 담겨있다

 

 상사화는 내년에도 필거다

 내년에는 더 잘해줘야지

 고마운 사람들에게도 더 잘해줘야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