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지방분권이 답이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지방분권이 답이다.
  • 송성환
  • 승인 2019.12.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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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필리버스터로 국회 일정이 모두 정지되면서 20대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목표로 문재인 정부가 계획한 자치분권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자동폐기 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발의된 이후 9개월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잠자고 있다가 최근 법안소위에 상정돼 기대감을 높였다. 그런데 전문위원의 보고만 있었을 뿐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국회의원의 관심 밖이라는 후문에 지방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분통이 터진다.

 1991년 부활한 지방의회, 그리고 1995년 시작된 지방자치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행정관서의 문턱이 낮아지고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됐다. 사회복지시설이나 문화예술회관, 공공도서관, 체육시설 등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시설이 많아진 것도 지방자치제도 이후 달라진 점이다. 그 배경에는 주민들의 행정 참여와 지방의회의 감시 및 견제 역할 기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지방자치제는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자치의 속성은 자치입법권과 조직, 그리고 재정권이다. 그런데 현실은 지역 특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채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대립형 획일적 자치구조, 기능의 과도한 중앙 집중, 그리고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지방의 일을 결정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법이 지방의 참여 없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태생적 한계를 드러낸다. 지방자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행정기구와 정원, 사무분담 등 자치단체의 조직을 자주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정법상 특별시와 광역시·도의 실·국 단위 이상의 기구는 법령에 따라 중앙정부가 결정토록 했다.

 자치 재정권 역시 국가와 지방의 지출 규모는 4:6이지만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2로 불균형이 심각하다. 특히 기초연금 등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사회복지비 지출이 급속하게 늘면서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옥죄고 있다. 자치입법권은 중앙정부가 법령을 통해 대부분의 권한을 중앙정부의 것으로 규정해 지방정부의 권한이 제약받고 있다. 또한,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례제정 역시 제약돼 있다.

 지방의회는 그동안 지역주민의 의사와 이익을 파악해 자치행정과 정책에 반영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지역개발에 필요한 사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주민의 복리 증진에 관한 정책을 구상해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지방자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제 지방자치가 없는 시대는 절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방자치는 정치체계를 넘어서 우리 삶의 방식으로 정착되었고 다양하게 체감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 이후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복잡, 다양해졌으며 행정의 전문성은 날로 증가했다. 그런데 지방의원들에 주어진 권한이나 제도적 뒷받침은 미흡하다.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의 행정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이런 상황 속에 20대 국회는 정쟁 속에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때까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폐기 된다.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할 때 법안을 처리할 기회는 이번 정기국회뿐이다. 시간이 갈수록 총선 정국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풀뿌리 지방자치와 자치분권 실현은 시대적 과제이자 시대정신으로, 그 첫걸음이 31년 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국회 통과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프랑스와 스위스 등의 국가처럼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본격적인 주민 중심 지방자치 시대를 연다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여야 정치권이 조속히 관련 법안 논의와 처리에 나서주길 바란다. 지역의 입장에서는 생존 문제이고 민생과 삶의 질의 문제이다. 온전한 지방자치와 실질적 지방분권, 이젠 국회가 답해야 한다.

 송성환 전라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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