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이 없어서 이걸 팔아야겠다”
“상금이 없어서 이걸 팔아야겠다”
  • 박승환
  • 승인 2019.12.0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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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금이 없어서 이걸 팔아야겠다”.  2년 전 한 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한 아티스트가 수상직후 소감으로 했던 유명한 발언이다. 영광스런 상패는 즉석 경매로 동료들에 의해 판매에 성공한다. 그는 판매한 돈으로 제일 먼저 무엇에 사용했을까? 이번 칼럼은 지난 여러 번에 걸친 예술거리 이야기를 벗어나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수상트로피를 경매로 판매한 그 아티스트의 말대로 전업 예술인들의 환경은 그토록 어려웠을까? 혹시 예능 퍼포먼스는 아니었나? 그래도 나름 이름 좀 알리고 있다는 아티스트가 이정도 인데 갈길 먼 예술인들의 상황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주변의 독립 예술가들을 살펴 볼 때, 아마도 상당수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주변의 커피숍 등의 알바나 지역 초등학교 또는 오래된 공공의 담장 아래에서 “어린왕자”의 벽화를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한해가 저물어간다. 매년 반복되듯이 각종 시상식등에서 위의 사례처럼 소신을 밝히는 예술인 수상자들도 늘고 있다. 수많은 독립 아티스트들은 어려운 생활에서도 언젠가는 본인의 재능을 펼쳐내기 위해 꿈을 간직하며 온힘을 다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올 한해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전업 아티스트들은 생활고에 지친 몸과 마음을 어디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좀 더 멀리 보아서, 내전의 나라였던 발칸반도의 보스니아 출신 배우인 “나지프 무직”은 모든 영화인들이 동경하는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트로피를 동네 술집주인에게 판매했다. 역시 생활고로 본인 및 가족들의 배고픔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들에겐 영예로운 명예보다는 당장의 생활고가 더욱 절실했던 것이다. 결국 판매 1년 후 지병으로 사망한다. 물론 그는 전업배우는 아니었고 본인의 어려운 환경을 직접 연기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도 역시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일거리가 없었을 것이다. 다시 우리 주위로 돌아와 보자, 국내에는 많은 행사 및 전시축제가 즐비하다. 특히 수년전 필자가 포럼에서 발표를 위해 찾아보았던 자료에 의하면 지자체 중 전라북도가 예술행사 횟수에서 수위권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또한 궁금해진다. 그 예술행사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어떤 혜택과 대가가 주어졌는가? 요즘 예술행사 참여 요청으로 아티스트들에게 연락을 취해보면 가끔은 예전과 다른 질문이 들어온다. <출품료는 얼마 내나요?> 가 아니라 <참가비는 얼마를 주시나요?>다. 예전부터 알게 모르게 유명 아티스트들에게는 나름 “거마비”라는 것이 지불되지만 대다수는 그 역시 말도 꺼내기 어렵다. 좋은 전시에 참여시켜 주는데 참가비는 웬 말이냐? 는 이야기다. 물론 그 주최 측도 나름 고충은 있다. 독립형 민간 예술행사에서 책임자급 집행위원들은 대부분 무보수 재능기부 형태다.

 대부분 좋은 전시 및 행사를 위한 사명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필자도 같은 예로 매년 국제사진제를 개최한다. 함께 고생하는 아티스트들에게도 최소한의 재정적 지원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필자가 초청하는 대부분의 선진국 해외작가들의 경우 본인이 소속된 기관 및 지역에서 지원금을 받아서 방문한다. 우리한테는 참으로 부러운 대상이다. 그래도 요즘엔 젊은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결국 문화예술 수준이 높은 곳에 사람도 모이게 되어있다. 도시형 문화수준의 기준점의 하나는 바로 전시문화공간이다. 그 공간들을 예술가들이 채워준다. 세계적으로도 자부심 높은 세계적인 예술도시에는 미술관, 갤러리들의 숫자와 비례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 최전방이 결국 사람, 아티스트들이다. 그들과 함께 끝없이 고민하며 풀어가야 될 숙제다.
 

 박승환 / 전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 / 사)현대사진미디어 연구소장/ 전주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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