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삼평(三平)을 논함
다시, 삼평(三平)을 논함
  • 조배숙
  • 승인 2019.12.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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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기해년己亥年도 저물고 있다. 필자는 새해 초 신년 다짐으로 공평, 형평, 화평의 삼평三平정치를 논한 바 있다. 

 공평한 국가, 형평성 있는 사회, 화평의 공동체를 위한 정치를 고민했으나 한 해를 돌아보며 아쉬움이 크다.

 오래된 일화다. 24년 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는 행정력은 3류급, 정치력은 4류급, 기업경쟁력은 2류급으로 보면 된다”는 작심 발언으로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었다.

 이른바 이건희 회장의 ‘베이징 발언’ 파동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 회장의 발언에 몹시 화를 냈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베이징 발언 직후 귀국 회견에서 “베이징 발언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표현이 다소 미숙해 국민에게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그룹 총수가 한국 정치를 4류급으로 평가했던 24년 전과 지금의 정치는 달라졌을까?

 아마 달라졌다고 평가하실 분들은 손에 꼽으리라 생각한다.

 20대 국회는 헌정사상 두 번째 여소야대 국회다.

 호남의 선택에 따른 제3당의 출현으로 다당제의 문을 연 국회였다는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필자는 국회 개원 초, 협치를 강조하며 생산적 정치를 위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민주-한국, 두 거대 정당의 적대적 공생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식물국회보다 동물국회가 나았다는 우스갯소리만 남겼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조국 사태만큼 뜨거웠던 이슈는 없었다.

 조국 사태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박근혜를 탄핵시켰던 광장은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으로 편을 갈랐다.

 사회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갈등을 증폭시키는데 여념 없었다.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조어도 등장했다.

 국민들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국가에 공평하냐고 묻고 있다.

 소위 ‘아빠 찬스’를 누려보지 못한 수많은 청년들의 좌절에 정치권은 답해야 한다.

 법과 제도의 잣대가 누구에게나 형평성 있게 적용되느냐고 묻고 있다.

 소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위선에 고개 젓는 국민들의 분노에 정치권은 답을 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정치권이 국민갈등을 조장하고 양산하는 한 화평한 사회, 좋은 사회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위 가진 자와 쥔 자들이 누려온 반칙과 특권을 뿌리 뽑으라는 국민의 요구에 정치권은 응답해야 한다.

 반칙과 특권은 ‘합법적 불공정’이 아니라 ‘갑질’이라는 사회악을 낳았다.

 과연, 우리사회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가? 국민들은 정치에 묻고 있다.

 정치는 상호 간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갈등을 최소화시키는 역할이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할 책임도 있다.

 그 역할과 책임을 뒤로 하고 권력다툼에만 골몰하는 한 24년 전, 이건희 회장의 평가처럼 우리 정치는 여전히 4류다.

 민생을 저버린 채 광장에 집중하며 편 가르기에 몰두하는 한 우리 정치는 여전히 4류다.

 개혁을 뒤로하고 진영 간 정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 우리 정치는 여전히 4류다. 

 기해년을 마무리하며 다시, 공평, 형평, 화평의 삼평三平정치를 생각해본다.
 

 조배숙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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