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체제 한계 부딪힌 혁신교육, 갈 길 멀다
입시 체제 한계 부딪힌 혁신교육, 갈 길 멀다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9.12.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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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8년 성과 보고회 개최
초-중등 혁신학교 경험 성과 사례 공유

전북도교육청이 지난 2011년부터 혁신학교를 운영해온 결과, 소규모 초·중학교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반면 대규모 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입시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학교의 효과성에 대해선 ‘민주적인 학교 문화 실현’, ‘공동체적 가치관 형성’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결국 학업 문제와 대입 체제의 문턱을 넘지 못해 수년째 반쪽짜리 성적표를 보이고 있단 진단이 나왔다.

도내에는 2019년 기준 총 136개교(초 84개교·중 35개교·고 16개교, 특수 1개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있다.

지난 29일 발표된 ‘전북 혁신학교의 8년간의 성과 연구보고’를 보면 혁신학교의 긍정적인 효과는 대동소이하나,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학교급별로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각각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 혁신학교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강은숙 전주오송초 교감은 “혁신교육 이후 학교 구성원들은 정책 실현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변화 주체가 돼 자발적으로 나서는 민주적 학교 문화로 재구조화됐다”면서도 “학교 현장에서는 긴밀한 상호작용이나 협업을 통해 정의된 성과를 얻으려 하기보다 위로부터 강요된 혁신교육을 각자 방식으로 달성하는 데 급급한 면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중학교는 혁신학교에서 꾸준히 근무한 교사들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연구가 이뤄졌다. 이들 교사들은 혁신교육을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교과서를 통한 설명식 수업이 아닌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평가방식이 한 줄 세우기가 아닌 ‘과정중심 평가’가 돼야 하는데 이같은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꼽았다. 또, 혁신교육이라는 용어는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나 이를 뒷받침할 체험 구조는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처럼 초·중학교에서는 수업 방식과 학교 문화에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대입을 직전에 앞둔 만큼 모둠 활동 등 학생 참여형 수업방식이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의견이 나왔다.

A 학생은 “혁신교육을 하더라도 결국 대입 프레임에서 벗어나지는 못 한다”며 “다양한 활동들이 학생부 기록에 도움될 수 있지만, 상위권 학생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평했다.

B 학생은 “혁신교육은 눈에 보이는 수능이나 진학 성적 같은 지표에는 큰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고3 때 내신이나 수능 준비는 잘 안 되고 이도 저도 아닌 활동만 많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대 소현성 교수“혁신교육에는 주체가 되어야 할 학생은 대상으로 밀려나 있고 그 자리를 교사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는 교사에서 학생으로, 수업에서 교육으로, 활동에서 깨달음으로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소 교수는 “혁신학교 졸업생들 다수가 서로 다른 가치관이 아닌 모두 똑같이 ‘공동체적 가치관을 배웠다’고 하는데 이것은 어쩌면 혁신교육이 이미 어떤 한계에 도달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며 “이제는 고등학교에서도 혁신교육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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