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마을의 비극, 최선의 해법은 무엇인가?
장점마을의 비극, 최선의 해법은 무엇인가?
  • 김수흥
  • 승인 2019.12.01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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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에서 2006년 첫 암 환자가 발생했다. 그 후 현재까지 99명의 주민 가운데 17명이 사망했으며 16명이 암에 걸려 고통 받고 있다. 나머지 주민들도 암의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죽음의 공포에 빠진 주민들이 원인규명을 위한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2017년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환경부의 역학조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 인근 비료공장에서 원료로 사용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이 암 발병의 직접적 원인으로 밝혀졌다.

 발암 유발 성분이 함유된 연초박은 당초 KT&G로부터 반입됐는데 시스템에 기록된 것만 2,242톤이 비료공장으로 들어갔다. 가열건조 공정을 통해 유기질비료가 생산되는데, 여기에 연초박이 들어가면서 발암물질이 포함된 유독가스가 장점마을에 살포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 및 사망은 정부에 의한 인명참사로 볼 수 있다. 물론 현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사안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정부의 연속선상에서 볼 때 현 정부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과연 무슨 책임일까?

 먼저, 원인규명에 대한 책임이다. 주민들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으로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다행히 이낙연 총리가 선제적 전수조사의 실시를 지시했으며,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둘째, 치유와 보상에 대한 책임이다. 현재 16명의 암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지만 완치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루하루의 삶이 고통이며 분노이다. 이 분들의 병을 치유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그리고 사망한 분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치유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인근마을에 대한 역학조사의 실시도 정부의 책임이다. 장점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왈인, 장고재 마을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실시되어야 한다. 이미 주변 마을에서도 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니 하루빨리 진행되어야 할 상황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정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선행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다. 이낙연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장점마을 주민들에게 공식사과를 했지만 엄청난 고통을 당한 주민들에게는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자칫 실의에 빠진 주민들의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선량하기 그지없는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진정성이다. 국무총리와 환경부장관, KT&G 사장, 전북도지사는 장점마을을 방문하여 주민들의 손을 잡고 진정어린 사과와 따뜻한 위로를 해 드려야 한다. 어떤 조치보다 효과가 크며,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다음 조치는 신속한 후속절차의 진행이다. 대안은 둘 중의 하나이다. 하나는 총리 산하에 범정부적 차원의 실무기구(가칭, 장점마을진상규명및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전라북도나 익산시 산하에 환경부 및 KT&G, 피해주민과 민간위원을 포함한 대책기구를 만드는 방안이다. 주민들은 원인규명이 이루어진 만큼, 충분한 의견청취를 통해 피해보상 등 사후대책이 신속히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방안이 현장감과 신속성에서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만약 주민들에게 KT&G와 피해보상 등 각종 소송을 진행토록 한다면 또 다른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국무총리와 정부를 비롯해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바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원스톱 대처방안을 통해 대한민국 작은 농촌마을, 장점마을에 평온과 일상의 행복이 깃들기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익산시민의 관심과 위로가 필요하다. 암 발병의 인과관계가 밝혀졌다 하더라도 장점마을 주민들의 감정은 피폐화되었고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무엇보다 같은 지역에서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익산시민 더 나아가 전북도민이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한다면 삶에 대한 절망을 추스르고 겨울의 햇빛에서 조그만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점마을의 참사는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익산시민을 넘어 국민적 관심과 사랑이 고통 속에 신음하는 주민들에게 닿을 때 그 분들의 깊은 상처는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김수흥 <전 국회사무차장(차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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