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대표제가 몰고 올 쓰나미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몰고 올 쓰나미
  • 김종회
  • 승인 2019.12.01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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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비례대표제의 쓰나미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한 각 정당의 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정치권의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다.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지난 4월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50% 연동률 적용’에 합의하며 공직선거법 개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올렸다. 공직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것은 패를 쥔 세력이 더 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표결을 통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본회의 안건에 상정되는 룰에 따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27일 0시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선거법이 언제라도 표결에 부쳐질 수 있는 ‘비상상황’에 돌입하면서 여야는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원내대표들은 연일 회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것 자체를 불법 또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협상 타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민주당이 공을 들이는 것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 ‘4+1 회의체’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절박하게 원하는(목적과 절박함의 강도는 다르지만)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한국당에 대한 고립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 적을 둔 재적의원은 295명이며 의결 정족수는 148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의 반대를 뚫고 선거법 개정안을 안정적으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4+1을 단일대오로 묶어야 한다. 민주당 129석과 정의당 6석, 민주평화당 5석(정당은 다르나 활동을 같이하는 의원 포함),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4석, 대안신당 8석을 모두 합할 경우 최대 152석이다.(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을 동참시킬 경우 더욱 더 안정화)

 이들 제 정당을 단일대오로 묶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꼼수가 아닌 정공법이 필요하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주도하는 민주당은 국민을 상대로 당초안인 ‘225(지역구)+75(비례대표), 50% 연동률 적용’이 불가한 이유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보다 지역구가 28석이나 감소하면 내부에서조차 반란표가 발생해 부결이 확실시되는 상황 설명 등이 필요했다.그러나 민주당은 정공법을 선택하기보다 언론을 통해 ‘250(지역구)+50(비례대표)’안을 흘렸다. 연동률 적용의 정확한 비율도 밝히지 않았다. 이 안은 곧바로 민주당의 최대 우군인 정의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정의당은 “비례대표를 겨우 3석 늘리려고 지금까지 난리굿을 피웠느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민주당은 다시 ‘100% 연동률 적용’을 흘렸다. 이번에는 다른 정당들이 차가운 반응을 보이자 ‘50~100% 사이 연동률 적용’이라는 또 다른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

 원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암수가 난무하고 있다. 사실 100% 연동률을 적용하면 초과 의석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독일의 의원정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598석이지만 100% 연동률을 적용하다 보니 100석 이상의 초과 의석이 발생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심 그대로의 선거’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만 강조할 뿐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초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또 지역구 축소의 직격탄은 비수도권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애써 함구하고 있다. 지역구 250석 조정을 전제로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한 결과 지역구당 평균 인구수는 20만7300여명, 하한선은 13만8200여명, 상한선은 27만6400여명으로 조사됐다. 이것을 대입하면 전국에서 미달지역은 강원 속초·고성·양양과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등 2곳이지만 상한선을 초과해 분구되는 지역구는 12곳에 달한다. 수치상 10개 의석이 오히려 늘어난다. 때문에 인구 하한선을 간신히 상회하는 지역 12곳을 통폐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곳을 더 줄여야 가까스로 지역구를 3곳 줄일 수 있다. 문제는 턱걸이에 걸려 있는 수치상 통폐합 위험지역이 호남에서만 5곳에 달한다. 전북 3곳(익산갑, 김제·부안, 남원·임실·순창)과 광주 1곳(동구남구을), 전남 여수갑이다. 전북의 지역구 10석이 통폐합 과정에서 9석 또는 8석으로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10석의 지역구가 무너지면 전북에서는 앞으로 대선후보는 커녕 국회의장과 유력정당의 당 대표조차 배출하기 힘든 정치적 왜소화가 불가피하다. 정치적 영향력이 현격하게 떨어진 결과 국가예산 확보와 현안 해결 과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것이 지역구 축소를 전제로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몰고 올 쓰나미다.
 

김종회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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