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난다!
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난다!
  • 정운천
  • 승인 2019.11.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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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을 다녀갔다. 우리 지역에 있는 효성의 탄소섬유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전북의 미래먹거리이자, 앞으로 대한민국의 신산업이 될 수 있는 탄소섬유 등 100대 핵심 전략품목으로 선정해 향후 7년간 8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할 것이며, 국내 탄소섬유 산업의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등 지원책을 약속했다. 그동안 국가적 지원이 미비한 상태에서 탄소산업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전북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필자는 그동안 탄소산업이 앞으로 전북을 이끌어갈 미래먹거리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2016년 5월 19일, 3년을 끌어왔던 전북의 최대 현안 법안인 ‘탄소소재 융복합기술 개발 및 기반조성 지원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이 통과된 것에는 내막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전북을 위한 법으로 판단하고 법안 통과에 미온적이었다. 전북에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1명도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수당 옷을 입은 필자가 당선됨으로써 드디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생긴 것이다. 필자는 당시 원내대표였던 정진석 의원과 당 지도부를 설득했고 소중한 1석을 가져온 보답으로 법안 통과를 약속받게 되었다. 이것이 쌍발통 정치의 시작이었다.

 20대 국회 등원 후 필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가 차원에서 탄소산업 정책 및 예산 확보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국가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탄소소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북에 국가기관인 탄소산업진흥원을 설립해 전북이 탄소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탄소산업이 국가 차원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정부 역시 국가기관의 컨트롤타워인 탄소산업진흥원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1년 넘게 법안이 잠자고 있었다. 특히 탄소산업이 전북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더욱 통과가 어려운 분위기였고, 내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임기만료 폐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잠자고 있던 법안을 깨울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을 다녀가면서 탄소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 만큼 정부도 조금 움직일 여지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전북을 위해 여당에서 충분히 통과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필자는 법안소위 한국당 의원들만 잘 설득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필자가 발의한 법안이 안건에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법사위 법안소위 위원들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회의가 있던 날 회의장 앞까지 찾아가서 필요성을 역설했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지만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잡혀버렸다. 한국당이 반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재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부정적 의견을 냈고, 여당인 민주당 의원까지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오히려 한국당 의원이 정부 여당을 질타하며 탄소법에 찬성입장을 밝히는 상황이었다.

 잠자고 있던 탄소법 개정안을 힘들게 깨워냈지만, 정부 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탄소산업진흥원 설립에 이은 탄소소재 수출의 전진기지로 전북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난다. 그동안 필자는 보수정당의 반대를 설득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4년 동안의 예결위원을 하며 낙후된 전북예산 지키기 위해 보수정당 의원들을 설득해 전북예산 7조원 시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부 여당에서 반대하는 것은 필자 역시 방법이 없다. 어렵게 설득해 손뼉을 칠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믿었던 상대방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는 것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정운천<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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