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주교도소 민간인 희생자, 70년 만에 밝은 곳으로!
한국전쟁 전주교도소 민간인 희생자, 70년 만에 밝은 곳으로!
  • 양병웅 기자
  • 승인 2019.11.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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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산 유해발굴 현장 둘러보는 전주시와 유족회 관계자들 / 최광복 기자
황방산 유해발굴 현장 둘러보는 전주시와 유족회 관계자들 / 최광복 기자

 “70년 만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의 유해를 보니 가슴이 아프면서도 무엇인가 솟구치는 느낌입니다.”

 전주시와 전주대학교 박물관(관장 홍성덕)이 한국 전쟁 당시 무고하게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추진해온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유해발굴’에 대한 중간보고회가 26일 효자동 황방산 일대(효자추모공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중간보고회 현장에는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 최완규 원광대 교수,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재연구회 원장, 이인철 6·25 민간인학살조사연구회장, 최현창 전주시 기획조정국장, 유가족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중간보고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부 유가족들은 오래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가족들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하나 둘 눈물을 훔쳤다.

 유가족 신종희(73) 씨는 “좌우익의 이념 대립 속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매장된 희생자들의 억울함이 드디어 풀려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전주형무소 민간인 희생자들 모두 이번 유해 발굴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우리의 아픈 역사가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어 “이빨을 꾹 다문 유골을 보니 돌연듯 우리 아버지도 이렇게 돌아가시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면서 “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어머니 옆에 모시기만 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주시는 그간 전주대학교 박물관 조사팀과 함께 전주형무소사건 희생자 유가족 및 토지주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유해발굴 조사를 실시해왔다.

 발굴 결과 현재까지 남-북 방향으로 3열의 유해가 확인됐지만 대부분 토양화가 많이 이뤄진 상태로 잔존 상태가 대체로 좋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두개골과 치아, 다리뼈와 팔뼈 일부 등 최소 30여 개체의 유해가 확인됐으며 희생 당시 사망자가 입고 있던 의복의 단추와 고무줄, 신발굽, 벨트 등의 유품도 출토됐다.

 또한 당시 정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M1소총 및 권총의 탄피, 총기의 탄두 등의 총기 관련 유물도 확인됐다.

 발굴을 담당한 박현수 전주대학교 박물관 실장은 “유해발굴을 통해 희생자 및 유가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홍제(71) 전주형무소 유가족 전국유족회장은 “공권력에 무고하게 희생된 우리 선친들이 70년 만에 편안하게 영면하실 수 있게 됐다”며 “전주시를 비롯한 많은 단체와 기관들의 관심 덕분에 유해 발굴이라는 큰 성과를 얻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올해 말까지 발굴된 유해와 유품에 대한 감식 등을 거쳐 민간인 희생자들이 영면할 수 있도록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할 계획이다.

 한편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사건은 1950년 6∼7월 인민군이 전주에 진입하기 직전 전주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수형자 1천400여 명이 효자동 황방산 및 산정동 소리개재 등에서 집단으로 학살돼 매장된 비극적인 사건이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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