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노모가 식당에 나와 일하는 비극
91세 노모가 식당에 나와 일하는 비극
  • 정동영
  • 승인 2019.11.24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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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월요일부터 이틀간 서울 종로3가 피마골(조선시대 양반들 행차를 피해 상민들이 다니던 뒷골목) 작은 식당에서 홀서빙과 배달 알바를 했다. 언론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찾아가 이틀 동안 8시간 알바를 했다.  

 현실은 충격이었다.  

 올 초까지 그 식당에는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다섯 분이 계셨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두 분을 그만두게 했다. 대신 식당사장의 어머니 91세 노모가 가게에 나와 일손을 돕고 있다. 91세 노모가 아들 식당에 나와 일손을 도와야 하는 현실, 소상공인이 처한 비극의 한 장면이다.  

 아무리 그래도 종로상권인데, 골목도 가게도 마음도 텅 비어 있었다. 종로 상점 가게의 권리금이 사라졌다. 점심시간대 쟁반을 들고 찌개를 배달하던 조명기구 골목, 시계 골목, 공구 골목, 전자부품 골목 모두 몇집 걸러 임대 표지가 붙어있거나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다음날 저녁시간대에는 4시간 동안 열 두개 테이블에 고작 서너 테이블 손님을 받았다. 뚝 끊긴 손님들을 기다리다, 할 수 없이 사장님과 함께 간 당직자 몇이 모여앉아 삼겹살을 구웠다.  

 식당 사장은 세상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장사는 거대한 톱니 같아서 어디 한군데만 구멍이 나도 안 돼요.” 장사가 되려면 사회전체가 맞물려 제대로 돌아야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구멍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연결사슬이 아예 끊어지고 있었다.

 경기가 안 좋으니 주변 상가와 사무실이 텅텅 비어 손님이 반토막 났다. 사람들 씀씀이도 회식도 줄었다. 그나마 버티기라도 한다면 다행이겠지만, 임대료는 오르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는 일자리대로 줄고 장사하시는 분들은 곱절로 고생만 늘었다. 

 마주앉아, 국가가 소상공인을 보호․지원․육성하는 근거법인 소상공인기본법,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 적용, 세입자도 건물주와 동등한 권리를 갖는 백년가게 특별법, 임대료 상한제, 소상공인 실업급여와 기본소득제 등을 힘주어 이야기 했지만, 쓸쓸함은 가시지 않았다.  

 어떻게 하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문제는 정치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지만, 생존권 위협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정치세력화를 선언하고 가칭 소상공인당을 만들고 있다.  

 소상공인기본법만 해도 그렇다. 올 초 5당 대표들이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서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이제야 소상공인들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정도에 그친 50점짜리 안으로 엊그제 상임위를 통과했다.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도 소상공인들이 정치세력화 선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다른 것 없다. 소상공인들이 국회에 몇 명이라도 들어와 있다면 이 법은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요구인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위원회 설치, 대형유통업체 진입에 소상공인 영향평가 실시 등 핵심 요구사항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각오로 정치에 나서는 소상공인들을 두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법정단체 소상공인연합회가 정치활동 하면 정부 지원금을 끊겠다고 협박했다.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헌법 8조 “모든 국민은 정당 설립의 자유를 갖는다. 정당 설립 복수정당은 보장된다.” 헌법 21조 “모든 국민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발언이다. 하물며 촛불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가 이러면 안 된다. 

 한국 정치의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이 본회의 통과의 마지막 기로에 서있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우선 소상공인당을 비롯하여 청년당, 녹색당 등이 국회에 들어 올 기회가 활짝 열린다.  

 민주평화당은 지난 1년간 700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정치세력화를 할 수 있도록 연대하고 협력해 왔다. 소상공인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전국의 소상공인들을 응원하며, 연동형비례대표제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 소상공인당 성공을 위한 혈로를 뚫어 줄 것이다. 

 다음에는, 지난여름 내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던 한 편의점 사장님에게 다시 갈 생각이다.

 

 정동영 / 민주평화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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